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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자칼럼] 법치의 허무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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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전국시대의 진나라 정치가였던 상 이 엄격한 법치주의 정치를 해
    진을 부유하고 강한 나라로 만들어 가는 과정은 후세에 큰 교훈을 남겨
    주었다.

    그가 국정개혁의 골격인 형법 가족법 토지법등을 시행했을 때 1년동안에는
    수많은 백성들이 도성에 몰려들어 새 법령의 불편함을 호소해 왔다.

    그러던중 태자가 법을 어긴 사건이 일어났다.

    그는 "법일 잘 준수되지 않는 것은 위에 있는 자가 법을 범하기 때문"
    이라고 태자를 처벌하려 했다.

    그러나 왕위를 이을 태자를 벌할수 없었던 그는 태자의 스승을 중형에
    처했다.

    그 다음날부터 백성들은 모두 법을 지켰다.

    법을 시행한지 10년만에 완전한 법치국가가 되었고 부국강병을 성공시켰다.

    1600년께 영국에서 있었던 일 또한 법치의 본질이 무엇인가를 일깨워 준다.

    당시 교회를 관할하는 위원회가 교회의 일뿐만 아니라 국정에까지 간섭
    했다.

    그때 영국재판소는 교회위원의 국정간섭이 권한밖의 일이라고 선언했다.

    그에 불만을 갖게 된 캔터베리성당의 대주교는 "국와의 임명을 받은
    재판관들이 직무를 직관으로 행하고 있다"고 말함으로써 국왕의 노여움을
    사게 만들었다.

    마침내 국왕이 재판관들을 불러 그 사실을 추궁하자 한 재판관이 "국왕은
    물론 모든 사람위에 존재합니다. 그러나 신과 법위에 설수는 없습니다"고
    진언했다.

    이들 사례에서 법치주의의 존재이유가 법앞에서의 만인 평등에 있음을
    엿보게 된다.

    공동의 약속이자 공존의 틀인 법이 특권계층에게 예외적인 존재가 될
    때에는 법치주의는 허구에 지나지 않는다는 얘기다.

    그런데 최근 공보처의 여론조사결과는 한국사회에서 법치주의가 위험수위에
    와 있음을 확인해 주고 있다.

    법과 질서는 준수돼야 한다고 당위성을 인정하는 응답자가 93.5%나
    되는데도 그와는 반대로 법과 질서를 지키는 사람이 손해를 본다고 생각하는
    응답자가 72.5%나 되었다고 하니 말이다.

    그것은 과거의 불행한 한국현대사가 잉태한 병리현상의 중후군이라고
    할수 있다.

    법과 질서를 어기고 권력과 재력을 거머쥔 자들이 거칠 것 없이 영예를
    누려 온 것과는 대조적으로 법과 질서를 지켜가려 했던 자들은 어두운
    그늘에 묻혀버린 현실의 반영인 것이다.

    이러한 파행이 상앙식의 대결단으로 근본적으로 치유되지 않는 한
    "법치주의 허무감"은 더욱 깊이 자리할수 밖에 없다는 점을 우리 모두가
    깨달아야 할 시점이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2월 1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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