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국회재무위를 통과한 주세법개정안은 지방소주업체들의 활로를 보장
하는 의미를 담고 있으나 특정집단의 이익을 위해 대형업체의 시장점유율을
법률로 강제적으로 끌어내리려 한다는 점에서 그 내용이 충격적이다.

민간기업의 자유로운 경제 활동을 제한한다는 점에서 위헌 여부에 대한
논쟁소지를 내포하고 있으며 정부가 추진해온 규제완화,경쟁촉진정책에도
역행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어 앞으로 국회의결을 거치는 과정에서 대형사
들의 강력한 반발과 로비를 피할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형업체들의 시장 점유율을 일정 수준으로 묶어두는 이 개정안이 마련된
배경에는 진로,보해,경월등 대형업체들의 치열한 시장확대 싸움에서 비롯된
불똥이 지방 소주업체들로 튀면서 판로 잠식으로 이들의 위기감이 급속히
높아진 것이 1차적 원인으로 깔려 있다.

지방소주업체들은 자도소주제(92년)와 주정배정제폐지(93년)후 대형업체
들의 지방시장 공략활동이 거세진데다 진로, 보해, 경월 등의 대형업체가
뒤엉킨 소주전쟁의 여파로 판로가 올들어 눈에 띄게 위축되자 시장방어를
위한 공동전선을 펼쳐 왔었다.

이들은 지난8월 사장단명의로 국세청등 관계당국에 제출한 호소문을 통해
진로와 경월의 지방시장 침투로 상당수의 지방 소주회사들이 도산 위기에
몰려있다면서 관련법개정등 제도적 장치마련을 촉구하는등 정부의 지원을
집요하게 요구해 왔다.

지방사들은 지역서민대중과 고락을 함께 해온 지방소주의 존립을 위해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을 개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한편 국회를 상대로 한 로비활동도 적극적으로 전개해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국회재무위가 논란의 여지를 무릅쓰고 주세법개정안을 통과시킨데는
내년의 지자제선거를 앞두고 지방소주사의 주장을 고려한 정치적 배려가
깔려있다고 대형업체들은 보고 있다.

그러나 이번 개정안은 대형사들의 무차별적 공세로부터 지방사들의 존립
기반을 보호하기 위한 의도를 담고 있으나 자도소주제 폐지에 이어 주정
배정제를 없애는 등 규제완화를 추진해온 정부방침에도 정면으로 위배되는
결과를 낳게 됐다.

대형 주류업체들의 무분별한 시장 잠식으로부터 지방소주업체들을 보호
한다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지만 거래질서 확립 등 공정거래차원의 수단이
아닌 인위적 장치로 시장점유율 조정을 겨냥하고 있어 소비자들의 자유로운
상품선택을 가로막고 기업활동을 억제한다는 비난을 피할수 없게 됐다.

아울러 시장점유율제한은 주정배정제의 실질적 부활을 뜻하고 있어 오는
96년 7월부터 실시될 주정수입자유화 등 행정의 선진화 및 국제화 흐름와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을 낳고 있다.

대형업체 관계자들은 정부가 최근 삼성그룹의 승용차사업을 허용하는 등
기업들의 시장 진입 제한을 없애고 업체간의 경쟁 촉진을 통해 기업 체질
강화를 유도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점을 지적, 국회재무위의 주세법
개정안 통과는 행정부와 입법부의 손발이 맞지 않고 있음을 단적으로 증명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와함께 주세법이 지방소주업체들의 주장을 수용하는 방향으로 바뀌게
된 것이야말로 업계로비로 구시대의 불합리한 제도가 부활된 선례를 남기게
됐다고 개탄하고 있다.

<양승득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4년 12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