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자율원칙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법개정이 추진되고 있어 큰 충격을
주고 있다.

국회 재무위가 지난 13일 의결한 주세법개정안이 바로 그것이다.

이 개정안의 내용을 보면 내년부터 상위 1개 소주업체의 시장점유율이
33%를 넘거나 상위 2개 업체의 시장점유율이 50%이상일 경우 국세청장이
출고량 감축명령을 내릴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한 경과조치로 오는 95년부터 97년까지 해마다 시장점유율 초과분의
3분의1씩을 줄이도록 하고 이를 어기는 업체에 대해서는 출고정지 또는
면허정지 등을 할수 있도록 대통령령에 정하기로 했다.

올해 10월말 현재 국내 희석식 소주의 시장점유율을 보면 진로가
48.03%로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이밖에 보해,경월 등이
상당한 시장을 갖고 있다.

따라서 이번 주세법개정안이 통과되면 진로 등은 시장점유율 초과분을
자발적으로 낮춰야 하는등 소주시장에 큰 파장을 물고올 전망이다.

이처럼 무리한 주세법개정안이 추진된 배경은 지난 92년에 자도소주제가,
이어서 93년에는 주정배정제가 폐지된뒤 대형업체들의 치열한 시장점유
확대경쟁으로 지방 소주회사들의 판로위축과 경영위기가 심각해진데
있다.

따라서 이번 개정안은 이들의 적극적인 로비의 결과라고 볼수 있는데
우리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이 개정안은 철회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첫째는 나라 안팎에서 시장경쟁을 통한 경쟁력강화의 목소리가 높아진
시대조류에 전혀 맞지 않는다.

만일 국내 소주시장이 과거와 같은 나눠먹기 식으로 퇴보한다면 조만간
외국술에 시장을 뺏기고 말것이다.

둘째는 정책의 일관성이 없다는 점이다.

규제완화와 시장경쟁촉진을 위해 자도 소주제와 주정배정제를 폐지할
때에도 국회심의를 거쳤는데 이제와서 시장점유율이 너무 높으니
강제로 낮추라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셋째는 설사 정부의 시장개입이 필요하다고 해도 개입방식이 옳지
않다는 점이다.

자율화된 뒤에도 국내 소주시장은 공정거래법에 의해 1개업체의
시장점유율이 50%,3개업체의 시장점유율 합계가 75%를 넘지 않도록
규제를 받고있다.

게다가 간접적인 규제를 통하지 않고 시장점유율을 인위적으로 낮추도록
직접 개입하는 것은 상식에 어긋난 조치로서 위헌소지마저 있다.

마지막으로 지방 소주사들의 로비 의혹이 짙은 이번 개정안은 내년부터
본격화될 지방자치 시대에 자칫하면 격화될 지역이기주의의 한 표본
으로서 더욱 경계되어야 한다.

일부에서는 지방 소주회사들이 전멸하지 않도록 보호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나 진정한 지방화는 정치적인 로비가 아니라 경쟁을 통한
세계화를 지향할 때만이 가능한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2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