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훈 <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연구위원 >

[[[ 독일의 정치/경제적 통일방안과 시사점 (하) ]]]

지금까지 살펴본 통일당시 독일내에서의 정치.경제적 통일방안에 관한
논의로부터 얻을수 있는 시사점은 다음과 같다.

우선 통일논의가 가시화되는 시점에서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등 각분야
에서의 개별적인 통일논의가 활발하게 일어날 것으로 전망된다는 점이다.

독일에서 그러하였듯이 이러한 개별분야에서의 산발적인 논의가 필요하기는
하겠으되 자칫 중복적이고 소모적인 양상을 띨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부분은 지금부터라도 총론적 통일방안을
마련한후 이를 기초로 분야별 세부 통일방안을 마련하는 일일 것이다.

두번째로 중요한 점은 정치적 통일방안과 경제적 통일방안이 서로 독립적인
것이 아니라 상호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콜 수상의 "10개항 통일방안"이 초기에는 단계적이고 점진적인
성격이 강하였으나 급변하는 동독내 상황을 고려하여 중간단계를 생략한
급진적 방안으로 전환하면서 이의 기초가 될 경제적 통합방안도 당초에는
점진적 통합론이 우세하였으나 "통화동맹"의 조기실시로 방향전환이 있었다
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따라서 우리의 경우 상황변화를 예의주시하면서 정치 경제 양분야에서
조율된 다수의 시나리오를 준비해야 하며 이를 시의적절하게 실행하는
일이 중요한 것으로 생각된다.

끝으로 독일의 통일실험이 보여주는 부정적인 면에 너무 집착하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이다.

경제적인 면에서 예를 들어보자면 특히 "통화동맹"의 조기실시와 관련하여
국내에서는 거의 대부분이 부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즉 동독화폐의 평가절상이 동독경제의 피폐화는 물론 서독경제의 퇴조에
있어서도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다는 시각이 국내에서 팽배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의 경우 "통화동맹"의 실시 자체를 포기하거나 실시하더라도
화폐교환비율의 결정에 있어서 북한화폐를 평가절상하지는 말아야 된다는
주장이 강하게 일어나고 있다.

그러나 통일의 여건형성이라는 차원에서, 그리고 민족통일이 남북한의
공동번영을 근본적인 목표로 삼고 있다면 이러한 시각은 교정되어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동독화폐의 평가절상으로 동독산업이 위축된 것도 "통화동맹"의
한 영향이긴 하지만 "통화동맹"은 동독주민에게 서독국민의 1/3에 해당하는
임금소득을 보장해 줌으로써 통일로 인해 자칫 확대될수도 있었던 동서독간
의 소득격차를 줄이는데 있어서 훌륭한 역할을 하였던 것이다.

즉 필자는 북한주민에 대한 일종의 개시소득(starting capital)의 공여
없이는 통일이 거의 불가능할 것이라는 생각이다.

따라서 "통화동맹"이 가지는 양면성(산업생산에의 효과,소득효과)에 관한
이해 또한 통일정책의 개발에 있어서 고려해야 할 매우 중요한 요소인
것으로 판단된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2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