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협상타결로 미국과 북한관계는 예상보다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워싱턴과 평양에 연락사무소를 설치하기 위한 회담이 원만히 타결되어
후속회담을 약속했으며 큰 문제가 발생치 않는한 내년4월쯤 상호연락사무소
가 설치될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남북관계는 오리무중이다.

제네바회담 이후 한껏 부풀어 올랐던 남북 경제협력에 대한 기대감은 북한
의 비협조적이고 이중적인 태도로 난항을 하고 있다.

우리는 핵문제 해결을 계기로 남북한 관계개선의 결정적인 전기가 마련
됐다고 보고 대북 경제협력 방침을 발표한데 이어 지난10일에는 삼성 현대등
6개업체의 방북을 승인하는 등 적극적인 대북 경협조치를 취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은 무성의하고 오만한 자세로 일관하고 있다.

북한은 우리정부의 대북 경제협력방침에 대해 공식적으로는 거부의사를
표명해 놓고 중국 등지에서 우리기업인들과 물밑접촉을 취하는 이중적인
태도를 보였다.

이러한 접촉을 통해 방북 초청장을 보내 놓고 막상 우리 정부의 방북
허가가 나니까 우리 기업인들의 방북계획에 대해 연기를 요청했다.

현재의 남북관계는 주객이 전도된 상황이다.

경수로 건설자금의 70% 가량을 우리가 부담키로 되어 있는 지금 북한이
우리에게 매달리고 애원해도 시원치 않을 상황인데 북한의 무성의하고
이중적인 태도는 조금도 변하지 않고 있다.

그들의 대남전략은 요지부동인 것이다.

신중한 대북경제협력 방침이 요구되는 때이다.

북한의 전략과 의도에 넘어가지 않도록 확고한 대북관을 전제로 경제협력에
임해야 할 것이다.

송향호 < 회사원.서울 용산구 청파2가 >

(한국경제신문 1994년 12월 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