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면이냐 실속이냐"

지준마감일(22일)을 이틀 앞둔 지난 20일 은행들은 이중 어느것을 챙길
것이냐로 골머리를 앓아야 했다.

하루짜리 콜금리가 법정이자율한도인 연 25%로 치솟자 한은은 금리를
안정시키기위해 벌칙성자금인 유동성조절자금(B2)을 미리 지원하겠다는
"카드"를 던졌고 은행들은 이 카드를 받을 것인가 말것인가로
긴급대책회의를 갖는등 부산하게 움직였다.

연14.6%로 결정된 B2자금을 받으면 연25%의 콜자금을 끌어대는 것보다는
손실이 줄어드나 평소 자금관리도 제대로 못하는 은행이라는 낙인이 찍혀
국내외에서의 신용도가 떨어지기때문이다.

또 은행감독원 경영평가에 반영돼 증자 점포신설 배당등에서 불이익을
받기까지 한다.

결국 어차피 이번 지준을 무사히 넘기기 어렵다고 판단한 조흥은행
중소기업은행 동화은행등 3개은행은 체면불구하고 이 "카드"를 받았고
나머지 은행들은 돈이 더 들더라도 체면손상은 하지않겠다는 생각에
카드를 거절했다.

카드를 받은 3개은행은 연 25%의 금리로 빌려야했던 자금을 연14.6%로
지원받아 10.4%포인트차이만큼의 손실축소라는 실속을 챙겼다.

5천억원의 B2자금을 받은 중소기업은행의 경우 이 자금에 대한 하루이자
를 연25%로 치면 3억4천2백만원이고 연14.6%로 계산하면 2억원이 된다.

따라서 하루에 1억4천2백만원의 손실을 줄였고 이를 지준마감일까지로
계산하면 3일동안 4억2천6백만원을 건진 셈이다.

같은 계산법으로 따질 경우 조흥은행은 3억원, 동화은행은 1억2천만원의
손실을 줄였다.

자금시장관계자들은 그러나 "금융시장에서 B2자금을 받은 은행은 자금
기획능력이 없는 은행으로 평가되는 만큼 순간적인 이익을 봤더라도
상처는 오래갈 것"이라고 말했다.

< 육동인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4년 12월 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