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재형부총리겸 경제기획원장관은 웬만한 일에 크게 웃지도 잔뜩
찡그리지도 않는다.

감정의 변화를 알아채기 어렵다고 한다.

21일 오전 8시30분 경제기획원장관실옆의 대회의실에서 열린 간부회의
에서도 홍장관은 담담하게 회의를 이끌어갔다.

"오늘이 경제기획원의 마지막 간부회의같습니다. 조직개편으로 본의아니게
다른 부처로 옮기는 직원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픕니다"

마치 고별사 비슷하게 회의 말문을 열었다.

그러나 한간부는 "당부말씀"의 톤이나 말하는 표정은 "전과 동"이어서
홍부총리신상의 변화기미를 눈치챌수 없었다고 한다.

홍부총리는 마지막간부회의치곤 업무도 세세히 챙겼다.

최종찬경제기획국장에게는 내년도 국제수지전망을 잘해보라고, 김병일
국민생활국장에겐 연말물가는 물론 내년 1.4분기 물가도 지금부터 계획을
잘 세워서 대비하라고 지시했다.

공정거래위원회의에는 환율절상이 물가하락으로 연결되지 않는 이유가
독과점사업구조때문이 아닌지 검토해 보라는 업무지시도 내렸다.

경기대책 민자유치사업마무리등에도 한마디씩 했다.

모든 것이 장관으로서 당연한 업무지시일수 있다.

그러나 세밀한 업무지시는 그가 "초대 재경원장으로 낙점된게 아니냐"는
추측도 낳기에 충분했다.

< 고광철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4년 12월 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