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퍼들의 대화에서는 "OB"라는 단어가 흔히 등장한다.

"어제는 OB를 세방이나 냈어"식이다.

OB( out of bounds )란 말그대로 울타리 바깥,즉 "골프장 바깥"을 의미
하는 것으로 골프에서는 "플레이 금지구역"을 뜻한다.

그러나 골프장 밖이 아니더라도 코스내의 골짜기나 숲속등 볼을 치기가
아주 어려운 곳도 OB로 설정,아예 다시 치게 하는 것이 골프장의 일반적
관행이다.

둥근볼은 워낙 잘 휘기때문에 골퍼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볼이 OB쪽으로
난다.

볼이 OB가 나면 그곳은 플레이 금지구역이기때문에 거기서 칠수는 없고
원래 치던 곳에서 다시 쳐야 한다.

다시 치는 것까지는 좋지만 유감스럽게도 거기에는 1벌타가 따른다.

치지 말라는곳으로 볼을 보냈으니 벌타가 따르는 것인데 사실 벌타가
없으면 똑바로 친 골퍼와의 형평성에서도 문제가 있을 것이다.

OB의 벌타는 1타지만 실제적으로는 2타의 손해가 있다.

왜냐하면 먼저번에 쳐서 가야하는 거리를 다시 쳐서 가야하기때문이다.

이같은 "실질적2타손해"때문에 OB가 나면 그홀은 잘해야 더블보기를
하는게 일반적이다.

따라서 OB는 골퍼들이 가장 피해야 하고 가장 싫어하는 용어이다.

파를 잡는 것이 골퍼들의 목표인데 기본적으로 2타가 플러스돼 잘해야
더블보기이니 OB를 금기시 하는게 당연하다.

물론 OB는 홀마다 설정돼 있는 것이 아니고 코스구조에 따라 간혹가다
있으며 골프장에 따라서는 OB가 거의 없는 곳도 있다.

골프문외한들에 있어 OB는 생소한 개념이 될수 있다.

그러나 직장상사나 골프치고 돌아온 남편이 "그 원수같은 OB"운운하면
"아,샷이 아주 엉망이었구나"식으로 이해하면 된다.

<>."김과장의 골프입문"은 골퍼들이 아직 골프를 시작하지 않은 아내들
에게도 읽기를 권할만 하다.

90대후반을 치던 이사장이 어느날 버디를 3개나 잡고 생애최고의 기분
으로 귀가,"나 버디 3개나 잡았어"하며 외쳐도 아내의 반응이 "버디가
무슨 새 이름인가요"하면 김빠질 일이다.

이같은 관점은 물론 남편의 관점이다.

그러나 아내 입장에서도 "남편의 세계"를 이해하고 그 "이해"를 통해
미래를 위한 자신의 골프를 추구할수 있다.

가족들이 골프의 흐름을 알면 그 구성원들 사이의 대화는 상상할수
없을 정도로 풍성해 지는 것도 "김과장 골프입문"의 의미일 것이다.

< 김흥구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4년 12월 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