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영호 < 한국증권경제연구원 정책연구실장 >

지금 정부는 대대적인 조직개편을 단행하면서 경쟁을 저해하고 있는 규제를
완화하는 작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여 세계화를 앞당기려 하고 있다.

한편 세계 증권업계는 자율규제가 더욱 강화되고 있는 추세이며 이는 현
정부의 세계화및 증권업계의 규제완화와 관련하여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증권거래는 시장제도가 가장 발달한 미국 영국 일본등에서도 매우 엄격하게
규제되고 있다.

더구나 불공정거래예방등 투자자보호를 위한 규제가 더욱 강화되는 추세다.

이들 국가와 규제체계의 특징적인 사항은 규제목적을 보다 더 효율적으로
달성할수 있기 위하여 정부가 직접 규제하는 법적 규제뿐만이 아니라
업계의 자율규제가 더욱 강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증권업계에서의 자율규제는 매우 오래전부터 존재하였다.

미국에서 가장 광범위한 권한을 가진 자율규제기관인 전국증권업협회(NASD)
는 1934년 개정 증권거래법에 의거하여 증권관리위원회(SEC)의 감독하에
스스로 투자자및 시장참가자들의 보호를 위해 공정한 시장형성, 증권거래의
경쟁촉진, 불공정거래방지등과 관련한 규칙을 제정하여 증권시장에서의
정책결정이나 규제감독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영국에서는 1988년 이전까지만해도 정부는 최소한의 공적규제만 수행하고
대부분은 자율규제에 의해 증권업을 규제하였다.

그러나 빅 뱅이후 금융서비스법의 제정에 따라 법적규제기관인 SIB
(Securities and Investments Board)가 자율규제기관들과 협동하여 증권
업계의 규제를 담당하고 있다.

그렇지만 SIB는 자율규제기관들이 자율규제를 회원사들에게 충분히 행사할
수 있도록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자율규제는 업계단체에 규제의 일부를 분담시키는 것이다.

이러한 규제의 분담은 증권거래, 증권업무를 일상적으로 하고 있는
증권업자들이 가장 앞선 전문지식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구체적 타당성이
있는 규제를 할수 있으며, 증권업자 자신들이 의논해서 규칙을 만들기
때문에 왜 그 규제가 필요한가에 대한 이해가 충분하다는 점에서 그
합리성을 찾을수 있다.

또한 정부가 규제하는 것은 거의 법률적인 권리의무라든가 이에 준하는
것이겠지만, 자율규제의 경우는 도덕적인 측면도 포함해서 규제할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그러나 종종 자율규제는 증권업자 자신들을 스스로 채택하는 규제형태
이지만 자신들의 사적인 이익을 도모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즉 자신들의 지위를 이용해 자율규제를 마음대로 할 위험이 있다는
점인데, 규제 또는 제재시 자체내에서 적당히 얼버무릴 위험과 그때그때
임기응변으로 대처할 위험이 자율규제의 한계로 지적되고 있다.

따라서 외국에서는 자율규제기관에 권한을 부여하되 자율규제의 결함이
발생할 가능성에 대비하여 자율규제가 잘 수행되고 있는지를 정부가
감시하는 체계를 갖추고 있다.

일본도 증권업협회에 대한 대장상의 감독규정은 매우 엄격하다.

예를 들어, 협회가 규칙을 만들경우 그것이 적절하지 않다면 대장상이
규칙의 변경명령을 내릴수 있다.

주요선진국에서 처럼 자율규제가 제대로 그 기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우선 증권업계가 스스로 증권업무및 증권거래에 대한 규제를 합리적으로
제정, 정비하여야 한다.

그리고 증권업자들이 스스로 만든 규칙이 확실히 준수되고 있는가를 스스로
검사하는 기능이 자율규제기관에서 주어져야 한다.

마지막으로 검사에 의해 회원이 규칙을 위반한 사실이 판명되면 이에 대해
규정을 철저하게 적용하여 적절한 제재를 가할수 있어야 한다.

증권시장, 증권거래 그리고 증권업무 분야에 있어서도 규제완화와 경쟁
촉진등 자율화가 매우 중요하다.

그렇지만 이와같이 자율화의 필요성이 증대하고 금융환경이 급변하고 있는
시점에서는 자율화의 부작용을 예방하고 건전성을 증진할수 있도록 업계의
자율규제 부문을 더욱 강화할 필요가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2월 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