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의원 =재정경제원은 앞으로 경제기획원의 정책조정기능과 기획기능을
이어받는 기구가 돼야 한다.

금융통제기능은 떨어져 나가는 게 좋다.

오랜기간 동안 주장돼 온 한은독립이 뒤따라야 할 시기이다.

<> 이대표이사 =통상산업부 외무부 재정경제원등으로 산재된 통상업무의
일원화에 관한 의견은.

<> 이교수 =통상업무는 한곳에 집중시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앞으로 세계화 시대에는 모든 부처가 통상과 관련된다.

어느 부처는 관련이 있고 어느 부처는 뒷짐지는 시대가 아니란 얘기다.

다만 원리 원칙이 점검되는 곳, 예컨대 과거 경제기획원이 하던 기능은
어느 한곳에 집중시킬 필요가 있다고 본다.

한국실정에 미국의 무역대표부(USTR)와 같은 대통령 직속기구는 현실적으로
힘들 것이다.

<> 최교수 =통상문제를 너무 전문적으로 볼게 아니다.

농림수산부는 농림수산부 나름대로, 환경부는 환경부 그들 나름대로 통상
업무를 할 필요가 있다.

세계무역기구(WTO)체제아래서 통상문제와 관련이 없는 부처는 거의 없다.

전부처가 통상부처가 돼야 한다는 얘기다.

이처럼 개별 부처차원에서 한번 거르고 최종적으로 거르는 곳을 두어야
한다.

그러나 이 기능도 정치권이 하는게 바람직하다.

<> 이의원 =최교수 의견에 일응 수긍한다.

그러나 앞으로의 통상문제는 기민성이 관건이다.

한국은 항상 기민성있게 대응하지 못한게 화의 근원이었다.

우루과이라운드(UR)협상때도 기민성이 부족해 장관이 바뀌는 등의 소동을
겪지 않았는가.

또 조정기능의 창구도 분명히 해두지 못했다.

경제기획원은 정책수단이 없어 조정기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했다.

따라서 통상업무 창구를 통상산업부나 외무부, 재정경제원중 한 군데로
일원화할 필요가 있다.

개인적으로는 통상산업부쪽으로 일원화하는게 바람직하다고 본다.

<> 이대표이사 =이번 조직개편으로 공무원사회가 크게 동요하고 있다.

잉여인력 대책등을 포함한 처방으로는 무엇이 있는가.

<> 이교수 =우리 사회에서 지금 공무원에 대한 존경도가 너무 떨어지고
있다.

대학교수가 자존심과 명예때문에 살듯 공무원도 자존심이 없으면 일하기가
쉽지 않다.

공무원을 일방적으로 매도하는 사회분위기 속에선 어떤 묘책을 써도 별
효과가 나타나지 않을 것이다.

일부 공무원의 비리.타락사례가 있지만 전체 공무원의 선기능을 인정하는
풍토가 자리잡혀야 한다.

그래야 공무원도 자긍심을 갖고 열심히 일할게 아닌가.

<> 최교수 =이번 개편으로 공무원들은 큰 충격을 받은 듯하다.

이는 "보상원칙"이 깨져 더욱 심하다는 느낌이다.

지금 가장 두들겨 맞고 있는 쪽은 어찌 보면 공무원사회중 가장 엘리트라고
할 수있는 경제부처 사람들이다.

이에 반해 비경제부처는 이번 충격을 비켜갔다.

비경제부처보다 더 열심히 일했다고 자부해 온 경제부처 쪽의 비애가
클 수 밖에 없다.

또 정부조직을 무조건 축소시키는게 지선처럼 인식되고 있다.

이는 잘못이다.

"작은 정부"란 규모가 작은 정부를 의미하는게 아니다.

오히려 이제껏 인원이 부족해 제대로 일을 못했던 부처는 과감히 인원을
늘려줘야 한다.

환경 보건 소비자보호등 사회적 규제와 관련된 부문에서 우리나라가
뒤떨어져 있었던 것은 바로 인력부족때문이다.

미국은 의료.식품행정을 1만여명이 하고 있는데 한국은 1백여명이 하고
있다.

법령을 남발한다고 규제가 올바르게 이뤄지는건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공무원들을 무조건 명예퇴직으로 떨어내려고만 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 이의원 =공무원이 자발적으로 일할 수있도록 하는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고 본다.

결재단계를 줄이고 자기주장이 반영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

이것이 공무원의 자발적 참여의식을 높이는 길이다.

잉여인력에 대해선 곧 다가올 세계화시대에 대비해 교육을 시키는 방안을
강구할 수 있을 것이다.

또 지방정부에도 파견하고 필요하면 민간기업에도 보내 견문을 넓히도록
해야 한다.

<> 이대표이사 =경제부처에 이어 비경제부처 지방자치단체 정부투자.출연
기관등의 조직개편도 다음 차례로 거론되고 있다.

그 방향과 시기에 대한 의견을 개진해 달라.

<> 최교수 =경제.비경제를 나누는 것 자체가 의미가 없다고 본다.

중앙부처 차원에서 같이 취급해야 한다.

지방자치단체 개편은 여러 의견을 수렴하고 다양한 요구를 충족할 수
있도록 지자체선거후 실시하는게 바람직하다.

정부투자기관은 민영화계획이 마련돼 있어 별 문제가 없다.

<> 이의원 =비경제부처에 대한 개편은 지자체선거 이전에 하는게 좋을
것같다.

정부투자기관이나 공공단체는 역할을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

인.허가권까지 갖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재검토돼야할 사항이다.

정부출연연구소는 이제껏 국가의 싱크탱크라는 순기능적 역할을 해왔다.

몇푼 안되는 예산을 아끼기보다는 관료가 못하는 역할을 맡기는 쪽으로
활성화시켜야 한다.

대신 이들에 대한 규제완화차원에서 예산및 인사상의 자율권을 부여해야
할 것이다.

과거 과기처산하 연구소들의 경우 정부에서 "감놔라 배놔라"식의 간섭이
잦아 제대로 기능을 다하지 못한게 사실이다.

<> 이대표이사 =마지막으로 이번 조직개편의 성공요인과 함께 덧붙이고
싶은 말이 있다면.

<> 최교수 =뭐니뭐니해도 앞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인사다.

특히 곧 이뤄질 개각과 당정개편은 매우 중요하다.

시대변화를 정확히 읽고 미래에 대한 비전을 가진 유능한 사람이 등용돼야
한다.

또 관료들과 손발을 어느 정도 맞출수 있는 사람이 와야지 그렇지 않으면
개편의 의미가 없다.

아마 첫장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 신정부조직의 위상과 역할이 달라질
것이다.

<> 이의원 =제도개편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후속조치가 더 중요할 수도 있다.

인사제도와 근무평가시스템등이 알맞게 뒷받침돼 줘야 완성도 높은 정부
조직이 될수 있다.

일과성 개편에 그치지 않고 꾸준히 지속되도록 해야 이번 정부조직개편의
결실이 모든 국민에게 골고루 돌아간다고 본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2월 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