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신 <대유증권 경제연구실장>

주식투자를 시작한지 제법 오래된 사람들 조차도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주식이 다른 주식보다 기업내용이 우수한 데도 불구하고 자신이 가지고
있는 주식은 주가가 잘 오르지 않고 오히려 기업내용이 상대적으로 부실한
주식이 더 올라간다고 불평하는 경우를 종종 보게된다.

주가를 가장 기본적인 사항이 해당기업의 내재가치이기는 하지만 주가가
반드시 내재가치에 비례해서만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

물론 기업내용이 우수하고 성장성이 높은 기업의 주가가 높고 영업실적이나
재무구조가 부실한 기업의 주가가 낮은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시장인기의
흐름에 따라서는 상대적으로 기업내용이 부실한 종목군이 장세를 주도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주가라는 것이 기업의 객관적인 가치에 의해서 뿐만 아니라 그때 그때의
시대상황이나 복잡 미묘한 인간심리등에 의해서도 영향을 받기 때문에
지나칠 정도로 원칙적인 투자에 충실해 기업내용에만 치중하다보면
투자실패를 자초할 수도 있는 것이다.

예를 들면 92년의 증시개방이후 진행되어온 내재가치에 의한 주가차별화
기조가 최근들어 역차별화되는 경향을 나타내고 있는 것도 시장의 인기
흐름이 변화되고 있음을 잘 대변해 주고 있는데 이러한 장세변화에 반한
투자전략을 구사하게 되면 투자원금보존은 커녕 손실마저 감수해야만 할
상황도 발생할수 있게 된다.

다시말해 증시개방 초기의 장세흐름은 내재가치를 중요시하여 자본금
규모가 작은 저PER주에서부터 시작해 덩치가 큰 고가블루칩으로
이어졌으며,현재에는 경기확산국면 진입에 따라 내수관련주와 비제조주로
점차 옮아가고 있는등 시장의 패션이 내재가치보다는 경제여건의 변화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음을 주목해야 할 것이다.

기업내용에 비해 주가가 너무 높다고 생각되는 주식이나 아무리
부실주의라 하더라도 주가가 오름세를 타고 있다면 일단 무엇인가
그만한 이유가 있다고 판단해야 한다.

요즈음 장세에서도 알수 있듯이 신약개발이라든가 사업재구축등 기업의
미래에 대한 꿈이 부풀려지거나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재료등이
부상하며 주가 오름세의 견인차 역할을 하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된다.

기업내용이 좋은 주식도 언젠가는 또다시 오르겠지만 흩어진 시장의
인기를 모을때까지는 기다릴줄도 알아야 한다.

시장의 인기라는 것은 한번 불이 붙으면 그리 쉽게 변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관심권에서 벗어나 쉬고 있는 종목에 투자한다면 별다른 투자
성과를 기대할수 없을 것이다.

특히 장기투자가 아닌 단기적 시세차익을 겨냥한 투자에 있어서는
기업내용만을 고집할 것이 아니라 당시의 인기시류에 편승해야 보다
큰 수익을 올릴수 있음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2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