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적 난제중 하나였던 원자력폐기물 영구처분장 부지가 마침내 경기도
옹진군 덕적면 굴업도로 확정됐다.

국내에서 원자력발전이 시작된 것은 16년전의 일이지만 이제야 비로소
우리나라도 원자력의 체계적 이용을 위한 떳떳한 첫 걸음을 내딛게 된
셈이다.

기술적으로 적합한 후보지들을 다 놔두고 하필이면 큰 불편과 부담이
따르는 섬으로 정했느냐고 정부의 안일을 탓하는 소리도 없지 않다.

물론 정부의 이번 결정은 기술적 조건보다는 "연내 발표"라는 시한에
쫓긴 정치적결단의 성격이 더 짙은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지난 86년부터 추진된 부지선정작업이 번번이 지역주민들의 반대에
부딪쳐 좌초했던 경험에 비추어 올해안으로 결단을 내리지 못하면 처분장
건설은 물건너간 것이라는 정부내 분위기를 우리는 십분 이해한다.

사실 전체 발전량의 40%를 원자력발전에 의존하고 있는 세계 10위권의
원자력 발전국가이면서도 주민들의 집단 이기주의에 막혀 폐기물처분장
하나 짓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어떠한 이유로든 변명이 안되는 부끄러운
일임에 틀림없다.

이미 선진국에서는 20~30년 전부터 큰 말썽없이 원자력폐기물 영구처분장을
건설해 안전하게 운영해 오고 있는 터이다.

원자력발전이 중단된다면 생산시설의 절반가량이 문을 닫아야 하고 가정에
까지 제한송전이 불가피한 실정인데도 언제까지나 대안없는 반대만 하고
있을 처지가 아니다.

정부도 이번만큼은 어느정도의 반대가 있다 해서 물러서서는 안될 일이다.

현재 임시 저장중인 폐기물은 97년부터 2000년 사이에 포화시점에 이르게
돼 있고 영구처분장 건설에는 최소한 5~7년이 걸리므로 지금 당장 건설에
착수해도 늦은 감이 있기 때문이다.

처분장을 섬에 건설키로 함에 따라 정부는 당초 예상보다 훨씬 큰 부담을
안게 됐다.

해상 수송과정에서 악천후등에 의한 사고가능성이 우려되는 데다 육지에서
65km 떨어져 있어 정부가 약속한 민간단체의 환경감시와 정부의 폐기장관리
등 시설운영이 소홀해질수도 있을 것이다.

더욱이 폐기물처리시설 외에 연구단지와 주거단지가 포함되는 대규모
원자력단지를 어디에 세울 것인지에 관해서는 확실한 언급이 없어 또 다른
불씨가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어쨌거나 이제 결정은 내려졌다.

정부는 무조건적인 반대에는 강력하게 대처해야 겠지만 안전한 처분장건설
과 지역주민들에 대한 지원약속을 철저히 이행해야 하며 착공에서부터
진행과정을 낱낱이 공개, 마찰을 최소화하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할것이다.

또 수익자부담 원칙에 따라 한전이 부담토록 돼있는 7,000억원의 막대한
투자재원 조달에도 차질이 없도록 세심한 준비가 따라야 할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2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