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의칼] (677) 제3부 정한론 : 대내전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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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고향 쪽 일을 생각하면 몹시 괴로워요"
"이제 괴로워만 하시지 말고, 대책을 세워야 합니다. 가만히 내버려두면
점점 더할 것이고, 결국은 이쪽을 앝보고 무슨 일을 저지를지 알 수
없다구요"
"그렇다고 함부로 건드릴 수도 없는 일 아니요. 잘못 건드렸다가는 오히려
일을 크게 만들고 말 것 같지 뭐요. 그래서 방치해 두는게 상책일 것
같아서 모르는 척하고 있는거요. 그러면 사이고가 설마 무슨 불충한 일이야
꾀하겠소?"
오쿠보는 천황에 대한 사이고의 남다른 충성심을 믿고 있었다.
사이고는 입으로만 충의니 살신보국이니 하는 말을 지껄이는 그런 껍데기가
아니라, 우직할 정도로 그와같은 단심을 지니고 진정으로 행동에 나서고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젊은 시절부터 잘 알고 있었고, 그점은 도저히 자기가
따를 수 없다고 머리를 숙여 오는 터였다.
그런 그가 아무리 불만이 크기로서니 설마 천황을 향해 칼을 빼들기야
하리라 싶은 것이어다.
무력 봉기를 하여 관군과 싸운다는 것을 곧 천황에 대한 반역이 아니고
무엇인가.
"설령 사이고는 불충한 일을 꾀하지 않는다 치더라도 그밑의 무리들이
문젠 것입니다. 시위에 나타난 구호가 어떤 것인지 아십니까?"
"글쎄요. 그런 구체적인 것까지는 모르오"
"도쿄로 진격해서 누구를 타도하자고 외치는지 아시면 놀라실 거예요"
"흠- 그야 뭐 뻔하지 않소. 나를 타도하자는 거겠지. 안 그래요?"
오쿠보는 히죽이 웃어 보였다.
속으로는 몹시 언짢았으나, 겉으로는 태연한 척하는 것이었다.
"글쎄 그놈들이 그런 못된 구호까지 외치며 제이유신을 이룩하자고
한답니다. 며칠 그런 시위가 계속되다가 별안간 이웃 현과의 통행도
마음대로 못할 정도로 삼엄한 통치를 편다지 뭡니까. 무래도 수상하단
말입니다. 내 생각에는 거사 일보 전이 아닌가 싶어요"
"음-"
오쿠보는 심각한 표정으로 잠시 말이 없다가 불쑥 물었다.
"구료다공, 그럼 이 시점에서 어떻게 대처하는 것이 좋겠소?"
"내 생각에는 우선 가고시마 사태의 내막을 자세히 파악하는 것이 중요할
것 같애요. 그러기 위해서 밀정들을 대거 투입하는 것이 이 단계에서 최선의
대책이 아닐까 싶군요. 그런 연후에 다음 대응책을 강구하는 것이..."
"좋은 의견이오. 그렇게 하도록 합시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2월 24일자).
"이제 괴로워만 하시지 말고, 대책을 세워야 합니다. 가만히 내버려두면
점점 더할 것이고, 결국은 이쪽을 앝보고 무슨 일을 저지를지 알 수
없다구요"
"그렇다고 함부로 건드릴 수도 없는 일 아니요. 잘못 건드렸다가는 오히려
일을 크게 만들고 말 것 같지 뭐요. 그래서 방치해 두는게 상책일 것
같아서 모르는 척하고 있는거요. 그러면 사이고가 설마 무슨 불충한 일이야
꾀하겠소?"
오쿠보는 천황에 대한 사이고의 남다른 충성심을 믿고 있었다.
사이고는 입으로만 충의니 살신보국이니 하는 말을 지껄이는 그런 껍데기가
아니라, 우직할 정도로 그와같은 단심을 지니고 진정으로 행동에 나서고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젊은 시절부터 잘 알고 있었고, 그점은 도저히 자기가
따를 수 없다고 머리를 숙여 오는 터였다.
그런 그가 아무리 불만이 크기로서니 설마 천황을 향해 칼을 빼들기야
하리라 싶은 것이어다.
무력 봉기를 하여 관군과 싸운다는 것을 곧 천황에 대한 반역이 아니고
무엇인가.
"설령 사이고는 불충한 일을 꾀하지 않는다 치더라도 그밑의 무리들이
문젠 것입니다. 시위에 나타난 구호가 어떤 것인지 아십니까?"
"글쎄요. 그런 구체적인 것까지는 모르오"
"도쿄로 진격해서 누구를 타도하자고 외치는지 아시면 놀라실 거예요"
"흠- 그야 뭐 뻔하지 않소. 나를 타도하자는 거겠지. 안 그래요?"
오쿠보는 히죽이 웃어 보였다.
속으로는 몹시 언짢았으나, 겉으로는 태연한 척하는 것이었다.
"글쎄 그놈들이 그런 못된 구호까지 외치며 제이유신을 이룩하자고
한답니다. 며칠 그런 시위가 계속되다가 별안간 이웃 현과의 통행도
마음대로 못할 정도로 삼엄한 통치를 편다지 뭡니까. 무래도 수상하단
말입니다. 내 생각에는 거사 일보 전이 아닌가 싶어요"
"음-"
오쿠보는 심각한 표정으로 잠시 말이 없다가 불쑥 물었다.
"구료다공, 그럼 이 시점에서 어떻게 대처하는 것이 좋겠소?"
"내 생각에는 우선 가고시마 사태의 내막을 자세히 파악하는 것이 중요할
것 같애요. 그러기 위해서 밀정들을 대거 투입하는 것이 이 단계에서 최선의
대책이 아닐까 싶군요. 그런 연후에 다음 대응책을 강구하는 것이..."
"좋은 의견이오. 그렇게 하도록 합시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2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