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개각을 앞두고 한때 여권에서는 "발탁기준"을 놓고 상반되는
두견해가 팽팽이 맞섰으나 결과적으로는 민주계가 차지하고 있던 청와대
비서실장 내무 정무장관등을 비민주계가 맡게돼 "계파구분없이 인재를
등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받아들여진 셈.

현여권의 실세그룹인 민주계인사들은 집권 중후반기의 강력한 개혁추진을
위해 자신들이 역할을 분담해 청와대와 행정부 및 민자당의 핵심요직을
맡아야 한다는 입장을 보여 관심을 끌기도 했다.

당시 김덕룡의원이 국무총리를 맡고 서석재씨가 비서실장이나 안기부장을,
최형우의원이 민자당을 맡을 것이라는 설이 유력하게 나돌기도 했다.

민정계 인사들은 그러나 그 반대로 그동안 민주계가 너무 전면에 나서
여권의 화합을 저해한 측면이 많았고 "객관적 평가"도 그리 높은 점수를
받지 못했다며 특히 김대통령이 세계화를 선언한 이상 계파구분없이 인재를
등용할 것이라는 얘기를 많이 했었다.

이들은 김윤환 이한동 김용태의원등이 행정부 핵심부서에 기용되는등
상당수의 민자당인사가 입각할 것이라는 관측을 낳기도 했었다.

결국 이같은 양갈래의 추측은 김대통령이 이홍구통일부총리를 총리에 임명
하면서 꼬리를 내리고 행정력을 검증받은 인사들이 발탁될 것이라는 설로
대체되기도 했었다.

<>.이번 개각에서는 흔히들 얘기하는 "YS식 인사"가 먹혀들지 않아
청와대측이 한때 난감해 한적이 있다.

정부조직개편 발표후 당연히 예상되는 전면개각까지는 20일간이라는 긴
시간이 있었기 때문에 언론에 철저한 보안이 지켜지지 않았다는 얘기다.

철저한 보안속에 하마평이 거의 없다가 발표되던 관례가 깨지고 여러
인사들이 언론에 오르내리는 "불이익"을 당했다는 평이다.

김영삼대통령도 몇일전에 이와관련 핵심측근인 이원종정무수석과 홍인길
총무수석을 질책한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측은 이같은 김대통령의 엄명이 간접적으로 전달되자 이날 발표직전
까지도 평상시와 다름없는 조용한 모습을 보이느라 애쓰는 모습이었고
고위관계자들은 한결같이 "정말 대통령밖에 모르는 일이며 우리는 아무것도
모른다"며 함구로 일관.

이날 오후 막상 두껑이 열리자 거명되던 인사들이 대다수 발탁돼 "이변"
으로 받아들여지지는 않았으나 정치권에서 민정계 중진인 김윤환 김용태
김중위의원이 각각 정무1 내무 환경장관에 발탁돼 다소 의외라는 반응.

이와함께 전혀 언론에 거명되지 않던 박재윤재무장관이 통상산업부장관에,
박세일서울대교수가 신설된 청와대정책기획수석에 기용되고 서상목보건
복지부장관이 유임된데 대해 "대통령선거전부터 가까이서 자문을 하던
인사들에 대한 신임이 여전히 높은 것 같다"는 분석.

한편 관심을 모았던 서석재씨가 총무처장관에 기용된 것을 놓고 김대통령의
의도가 무엇일까에 추측이 분분한데 정치권에서는 15대 총선에서 정치적
재기를 노리는 그가 각료로서의 행정경험을 익히도록 배려한 것 아니겠느냐
는 관측.

<>.재계는 이번 청와대비서실 조직개편을 통해 신설된 정책기획수석 자리와
그자리에 임명된 박세일서울법대교수에 대해 깊은 관심.

정책수석은 현재 재계가 적극 추진하고 있는 세계화와 관련된 정책을
기획하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특히 박수석은 지금까지 경실련 정책연구위원장을 맡아 와 그가 평소에
생각하고 있는 세계화의 개념과 재계에서 정리하고 있는 세계화의 개념이
얼마나 조화를 이룰 것인가가 관심의 대상.

일각에서는 박수석이 그동안 경실련 활동을 통해 국민삶 향상을 위한
21세기 비젼을 짜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는데 사회정의 구현에 초점을
맞춘 그의 활동이 재계의 개념과는 다소 차이가 날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 박정호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4년 12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