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의 "혁명적인" 정부조직개편안 발표, 17일의 새 총리 임명등으로
진작에 예고되어 왔던 개각이 임시국회의 정부조직법개정안 가결과 일련의
숨가쁜 요식절차를 거쳐 23일 오후 마침내 단행되었다.

집권중반기를 맞은 김영삼정권의 네번째 행정팀인 이홍구 내각이 비로소
출범하게 된 것이다.

너무 오래 기다려왔고 하마평이 무성했던 탓일까, 새 내각명단을 대하는
심경은 그저 덤덤하다.

대폭과 전면적이란 표현이 걸맞는 개편이지만 낯익은 얼굴들의 수평이동이
주류를 이루어 신선미와는 거리가 있다.

새해의 가장 중요한 국정기조가 될 세계화와 어떤 연결을 지을수 있을지
선뜻 감이 안잡힌다.

굳이 특징적 성격을 말하라면 정치적으로 내년 6월의 4대 지방선거를
무리없이 치를 임무를 부여받은 과도내각 인상이 짙다는 정도이다.

선거후엔 또 한차례의 개각은 물론 정계 개편까지도 예견되고 있는 상황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새 내각의 책무와 새 내각에 대한 국민의 기대와 주문이
가벼울리는 절대로 없다.

오히려 더욱 무거워야 할 순간에 우리는 서 있다.

새 내각의 첫번째 과제는 공직사회의 동요와 불안을 하루속히 수습하고
행정과 정책이 다시 제 궤도를 가게 하는 것이다.

이번 개편으로 조직이 받은 충격은 장.차관 인사만으로 쉽게 끝나지는 않을
것이다.

그에 얽힌 인사파장은 지방정부와 공기업, 심지어 민간기업에까지 길게
이어질 판이며 개편된 기구조직의 기능과 역할을 정돈하는 데도 상당한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진통과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최단시일 내에 안정을 찾도록 해야 할
것이다.

두번째 과제는 새해의 경제운용 방향과 세계화 국정지표의 구체적 추진
전략을 조속히 제시하는 것이다.

이번 조직개편의 핵심은 역시 경제부처이다.

그중에서도 재정경제원의 신설이다.

개발경제의 산실겸 주역을 담당했던 경제기획원시대의 종언과 더불어
세계화와 선진경제를 열어갈 과업을 떠안은 재경원시대가 열린 것이다.

세계화는 바로 경제임이 이번 개각에서 확인되었다.

정부는 불과 1주일 앞으로 다가온 새해 경제운용 계획과 세계화방향을
서둘러 밝혀 기업경영과 국민 생활설계가 가능하게 해야 한다.

새 내각이 해야 할 세번째 과제는 민심수습이다.

국민들로 하여금 정부를 믿고 따르고, 안심하고 생업에 전념할수 있게
해야 한다.

잇단 대형사고와 도세같은 비리사건, 파행적인 국회운영과 조금도 달라진
것 없는 여.야 정치인들의 행태에 국민은 극도로 지쳐 있다.

정부는 국민이 비전과 희망을 갖고 다시 열심히 뛰고 참여할수 있게
해야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2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