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공업계가 내년부터 본격화되는 주요유제품의 수입자유화를 앞두고
일대전환기를 맞고 있다.

지난60년대초 산업화의 틀을 갖춘후 30여년간 고성장가도를 달려오며
국민건강증진과 식품업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담당해 왔던 유가공업계가
시장개방과 그에따른 무한경쟁시대로의 진입을 앞두고 새로운 활로를
모색해야할 국면을 맞고 있는 것.

유제품은 지난90년부터 제한적이나마 단계적으로 꾸준히 국내시장 문이
열려 현재는 총34개품목중 시유(시판우유)와 발효유등 11개품목의 수입이
자유화된 상태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자유화품목은 국내유가공산업에 미치는 타격이 크게
우려할만한 수준은 아니었다.

원유가 남아돌던 지난90년 분유가 함유된 코코아조제품이 제과업체등에
의해 대량으로 수입돼 유가공업체와 낙농가들의 강력한 반발을 불러
일으켰던 것을 제외하고는 개방에 따른 충격이 그다지 심각하지 않았던게
사실이다.

하지만 내년부터는 상황이 판이하게 달라진다.

우루과이라운드(UR)협상의 타결로 치즈 분유류(조제 탈지 전지) 유장분말
우유함유조제품등 가격과 품질경쟁력에서 국산제품보다 우위에 있는 품목이
자유롭게 국내시장에 발을 들여 놓을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이에따라 유가공업계와 낙농가들은 시유다음으로 원유소비가 많은 치즈와
분유류의 수입이 자유화되는 내년을 유제품시장의 실질적인 개방원년으로
보고 그 피해가 시유보다는 치즈와 조제분유및 탈지, 전지분유등에 집중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유가공협회에 따르면 탈지분유와 전지분유의 국내출고가격은 kg당 5천
7백원과 5천1백원으로 올한햇동안 수급조절의 목적을 위해 도입된 외국산
제품의 수입추전평균가격(CIF) 1천1백34원과 1천2백55원을 최고 4배이상
웃돌고 있다.

국산자연치즈는 현재 kg당 5천8백20원의 가격에 출고되고 있으나 외국산
치즈의 수입(CIF기준)가격은 1천7백90원이며 관세와 제비용을 얹어도
국산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2천6백49원으로 나타나고 있다.

캔(4백g)당 평균제조원가가 2천9백원인 조제분유는 국내시장에 가장 눈독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일본제품들의 수출가 1천3백72원의 2배를 웃돌고
있다.

유가공업계는 이에따라 가공식품의 중간원료로 많이 사용되는 치즈 탈지
전지분유의 경우 값싼 외국산제품이 개방첫해인 내년중 국내시장을 30%이상
차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국내소비자들의 뿌리깊은 외제브랜드 선호추세에 비추어 볼때 조제분유역시
약30%의 시장잠식이 불가피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전환기를 맞게된 유가공업계의 구조적 한계를 유가공업계의
젖줄인 낙농산업의 영세성및 외국보다 높은 원유가격, 그리고 불합리한
각종세제와 유통구조, 내부적인 품질및 기술수준의 열세등에서 찾고 있다.

ADC(호주낙농공사)가 분석한 바에 따르면 유가공업계가 낙농가로부터
사들이는 평균 원유수취가격은 한국이 지난92년말 현재 3백83원으로
뉴질랜드 호주의 1백15원과 1백69원을 현저히 웃돌고 있으며 EU의 2백78원에
비해서도 1백원이상이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업계전문가들은 유가공산업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우선 관세율체계를
조정, 개방시 가장 타격이 예상되는 치즈 분유류및 유장분말 카제인 유당
등의 원료용 수입분에 대해 영세율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와함께 현재 위생등급별로 책정된 원유가격제를 보완, 용도별 원유차등
가격제로 전환함으로써 가공품생산에 투입되는 원유값 부담을 덜어 주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2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