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O(세계무역기구) 초대 사무총장직에 입후보한 상태에서 상공부장관을
물러나게 된 김철수씨는 퇴임후에도 당분간은 WTO총장 선거운동에 바쁘게
보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정부에선 김전장관에 대해 WTO후보 자격으로 조만간 사무실을
마련해 준다는 복안도 세워져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통산부 관계자들은 그러나 김전장관이 WTO선거가 완료되지 않은 상태에서
장관직을 물러난게 앞으로의 선거운동에서 "악재"로 작용하지나 않을까
몹시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무엇보다도 그동안 일관되게 한국 지지입장을 표명해 온 일본 인도 이집트
호주등 주요국가들에 이번 개각결과가 어떻게 비춰질 것인지를 궁금해하고
있다.

지난주 김영삼대통령이 무라야마 일본총리와 전화통화를 했을 때도
무라야마총리는 "개각때 김장관 신상에는 변화가 없는 것이냐"고 묻는등
그의 경질여부에 큰 관심을 보였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정부관계자들은 그러나 그의 퇴임이 WTO선거운동 판세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으로 애써 낙관하고 있다.

김전장관과 경합을 벌이고 있는 이탈리아의 루지에로 후보는 몇년 전에
공직에서 물러난 전직 재무장관 신분일 뿐이고 멕시코의 살리나스후보도
지난1일 대통령직에서 퇴임했다.

따라서 김장관이 이번에 현직 장관직에서 물러남으로써 "세명의 후보가
공평한 상황이 됐다"는 농담섞인 얘기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살리나스의 경우는 단임제의 대통령이었고 루지에로는 경선에
뛰어들기 전부터 "전직 신분"이었다는 점에서 선거운동 도중에 타의로
장관직을 물러난 점은 아무래도 부담으로 작용할 소지가 없지 않다.

정부 일각에서는 김전장관이 국제사회에서 "통상전문가"로 정평을 받고
있는 만큼 비서실장으로 귀국하게 된 한승수주미대사 후임으로 적임자라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내년 3월15일까지 계속될 WTO총장 선거운동에 전력해야 할 그가
주미대사라는 중요한 자리에 선뜻 보임될 수 있을는지는 확실치 않다.

< 이학영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4년 12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