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에 불교영화를 소개하는 것은 어떨까.

어쩌면 모든 종교는 인간해방이란 공동의 종착역을 향해 서로 다른 철로위
를 달리는 것일지도 모르는 까닭이다.

"리틀 부타"는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감독의 작품이다.

"마지막황제"를 통해 동양에 눈뜨기 시작한 그가 이번에는 동양 정신세계의
근간을 이루는 불교를 이해하고자 했다.

"리틀부타"의 영화적 화법은 "마지막황제"와 비슷하다.

"마지막황제"가 정치범수용소에서 심문을 받는 푸이의 입을 통해 중국
근대사의 단면을 그리고 있듯 이 영화에서도 현재의 이야기가 전개되는
도중에 수시로 과거상황 즉 부처의 일대기가 펼쳐져 나간다.

영화는 두 개의 축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하나는 환생한 스승 도제의 모습을 찾는 라마승 노브가 시애틀과 부탄을
오가며 세 어린이를 만나는 것이다.

그 반대축에는 세상에서 최초이자 유일하게 윤회의 고리를 끊은 석가모니의
생애가 자리잡고 있다.

왕자로 태어난 싯다르타가 온갖 고행을 이겨내고 보리수 나무밑에서 부타가
되는 모습을 액션스타 키에누 리브스가 연기한다.

스승 도제의 육화된 영혼을 만나기 위해 노브는 시애틀의 국민학생 제시를
찾아간다.

건축가인 아버지와 수학교사인 어머니를 둔 제시는 불교에 깊은 관심을
보인다.

환생의 진위여부를 가리기 위해 제시를 부탄으로 데려가려는 노브의 부탁을
거절하던 아버지는 친구의 사업실패로 살던 집이 남의 손에 넘어갈 위기에
닥치자 머리를 식힐겸 같이 떠난다.

부탄에서 그들은 환생한 도제로 보이는 두 어린이를 만난다.

갖가지 실험을 통해 결국 이 세 어린이들은 각각 불.법.승으로 환생한
도제의 분신으로 밝혀지고 이를 확인한 노브는 편안한 마음으로 열반한다.

미국 버지니아대초심리학과에는 환생의 사례만 1천2백여건이 접수돼 있다고
한다.

이에 대한 서양인들의 관심이 얼마나 높은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이다.

그러나 그 관심은 호기심 수준에 머물고 있는 것같다.

윤회가 갖는 철학적 깊이에 대한 이해는 턱없이 모자란채.

같은 맥락에서 이 영화도 "개론서"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보인다.

(31일 호암아트홀 개봉예정)

(한국경제신문 1994년 12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