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한해의 주식시장은 철저히 기관투자가들의 무대였다. 전체적으로
볼때 개인은 팔고 기관은 샀다.

기관의 시장 점유율이 30%가 넘는 소위 기관화장세. 특히 은행들이
주식시장을 좌지우지했다.

최대기관투자가이던 투자신탁은 올한해 왕좌를 은행에 내줘야했다.

연초의 고가주 돌풍에서부터 중반기의 블루칩으로,그리고 개별종목에
까지 번져간 주가흐름의 선봉에는 때로는 제일은행,때로는 조흥은행의
깃발이 올랐다.

개인투자가들은 악순환을 반복해 소외와 상투잡기를 되풀이하는
전형적인 조락의 길을 걸었다.

지난 5-6월 개인투자가들이 1조원어치를 팔았을때 기관들은 이를
고스란히 사들였고 주가가 상투권에 있던 7-8월엔 역으로 개인이
사고 기관이 팔았다.

같은 코스가 10-11월에 재연됐다.

연중 20%선의 주가상승에서 상대적인 박탈감은 대중투자가들쪽에서
컸다. 기관들 사이에서도 방향은 엇갈렸다.

20일현재까지 증권사들은 1조원을 팔때 은행이 2조5천억원을 샀다.

투신은 매수우위의 교체매매,보험은 8천억원어치를 매입했다.

기관들끼리도 95년 증시는 물러설수 없는 쟁패였다.

제일은행은 주저없이 개별종목에서 치고받았고 조흥은행은 "오로지
블루칩"을 외쳤다.

한국투자신탁은 올해엔 "작전"으로 돌았고 대한투신은 "정석"쪽으로
터닝을 했다.

보수적이라고 알려져있는 은행이 주식시장에서 왜 이렇듯 활발한
매매를 했을까하는 질문이 해답을 기다리고있다.

그리고 내년에도 그럴것인가. 대답의 연결 고리는 시중 금리의 흐름에
있다.

은행과 보험권 기관투자가들이 주식시장으로 본격적으로 밀려들어온 것은
지난해부터. 시중 금리의 하락이 근저에서부터 "자금의 대이동"을
촉발시켰다.

92년 18-20%선에 있던 시중금리는 93년내내 급격하게 떨어져 연말엔
12%까지 내려섰다.

올들어서도 연중 12-13%선의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

금리가 이처럼 크게 떨어지면서 은행총수신의 절반을 이미 넘어선
금전신탁에 비상이 걸렸다.

예대마진의 축소도 은행과 보험에 위기의식을 드높였다.

90년 4%이던 대출 마진은 92년 1.9%,93년 1.42%로 낮아졌다.

올해엔 1.44%수준.전통적인 영업기반인 대출시장이 줄어든 대신
신탁상품의 비중이 절반을 넘섰다.

결과적으로 은행 신탁계정의 주식매입액은 지난해 16%증가에서 올해엔
35%의 증가세로 크게 뛰어올랐다.

반면 채권투자는 지난해의 44%증가에서 올해엔 19%증가에 그쳤다.

시중채권 금리의 하락이 거대한 자금의 이동을 초래했고 수익율에
등을 떠밀린 은행과 보험자금이 주식시장으로 쏟아져들어 왔다.

투자신탁사들은 공사채형의 감소를 주식형이 커버했으나 경영정상화를
위한 고유계정의 매물이 더욱 많아 시장지배력은 상대적으로 낮아졌다.

내년에는 어떻게 움직일 것인가.

한마디로 올해보다는 못할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기관자금의 이동지표인 금리가 우선 올해보다 1-2%정도 높은 14%선의
등락을 보일것으로 전망되고있다.

경제전체로는 통화정책의 강력한 긴축기조가 예상된다.

은행의 자금성격상 주가상승율이 채권수익율의 2배이상에 이를 것으로
기대되지 않는다면 통화긴축기의 주식투자는 너무 위험한 것이라는게
조동일 조흥은행 증권부장의 설명이다.

투신과 증안기금은 계속 매도세로 기능할 것이고 증권사들의 주식비중은
이미 자기자본의 60%에 꽉찼있을 만큼 만선상태다.

보험은 은행권과 비슷한 움직임이 예상된다.

그렇다면 내년엔 다중의 개인투자가들이 선도하는 대중주 투자패턴이
올것인가,아니면 시장전체가 한동안의 휴식기에 접어들 것인가.

이제 며칠 남지 은 을해년을 기대해보자.

(한국경제신문 1994년 12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