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우리나라 기업들은 첫 뉴욕증시 상장이라는 쾌거를 이룩했다.

지난10월14일 포철이 국내기업으로는 처음으로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된 것이다.

10월27일엔 한전도 뉴욕증시에 상장됐다.

이들 두기업은 3억달러씩의 미국주식예탁증서(ADR)를 발행해 상장시켰다.

포철과 한전이 뉴욕증시에 상장된 것은 국내자본시장이 세계화로
나아가는 길목에서 중요한 이정표를 남긴 것으로 평가된다.

그것도 국제금융의 중심지이자 진입요건이 까다롭기로 소문난 뉴욕시장에
입성했다는 점에서 국제금융시장에서 우리기업의 위상을 높인 것은
물론이다.

정책적으로는 국내자본시장 개방을 촉진하고 앞으로 우리나라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입에 대비한다는 뜻도 담고있다.

그동안 정부는 국내자본시장의 세계화와 관련해 단계적인 개방을
추진해왔다.

지난80년대 초반부터 외국의 한국투자전용펀드 설립허용을 비롯해
국내기업의 해외증권발행과 증권업개방 주식및 채권시장개방등의
수순을 밟아온 것이다.

이같은 개방경로를 감안하면 이번 해외증시상장은 향후 외국기업의
국내증시상장과 함께 자본시장개방의 막바지단계로 평가된다.

상장기업의 입장에서는 값싼 해외자금조달을 통한 재무구조개선과
함께 국제적인 신인도를 높이는 효과를 누릴수 있게 된다.

뉴욕상장 자체로도 기업의 내재가치를 인정받는 계기가 되는데다 현지의
주요신문에 해당기업의 주가얘기가 오르내리는데 따른 부수적인 이미지
개선 효과도 무시할수 없는 요인이다.

또 해당기업의 국내주가와 뉴욕주가간의 동조화현상이 예상돼 이같은
해외증시상장은 증권시장의 세계화에도 기여할 것이라는게 많은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물론 당장은 국내시장에 대한 외국인투자가 한도관리에 묶여 있어
두시장사이의 주가가 일치하기는 어려운게 사실이다.

그러나 앞으로 외국인투자한도가 늘어나면서 이같은 동조화현상은
뚜렷해질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뉴욕에 상장된 두기업의 국내주가는 현재 상장당시에 비해 하락한
상태이지만 뉴욕시장에서의 한전주가는 상장당일의 DR당 19.625달러보다
소폭 오르고 DR당 37.2 5달러로 출발한 포철주가는 떨어진 상태.

포철은 국내주식(원주)1주당 4DR,한전은 원주1주당 2DR로 발행됐다.

정부는 자본시장의 세계화를 촉진하기 위해 해외증시상장을 허용하되
국내기업들의 대외신인도를 유지하고 국내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한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했다.

해외증시에 상장하려는 기업은 반드시 증권관리위원회의 사전승인을
받도록 의무화한 것이다.

또 해외증시 상장에 필요한 기업정보나 상장이후의 각종공시사항을
국내시장에서도 즉시 공시토록 했다.

이와함께 상장대상 증권거래소로는 우선 지명도가 높은 뉴욕 런던 도쿄
등 3곳으로 제한했다.

이들 3개시장중 상장요건이 가장 까다로운 곳은 뉴욕.

뉴욕증시의 주요상장요건은 <>최근3년간 세전순이익누계 1억달러이상
(매연도별 2천5백만달러이상)<>싯가총액및 순유형자산이 각각1억달러이상
<>개인주주 5천명이상<>일반주주 소유주식수 2백50만주이상등이다.

현재 이같은 뉴욕증시 상장요건을 갖춘 상장기업은 한전과 포철외에도
<>현대자동차<>삼성전자<>금성사<>대우<>유공<>쌍용정유<>럭키
<>삼성중공업 <>쌍용양회등 9개사에 달한다.

이에따라 이미 런던상장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포철을 비롯 여타 국내
기업들의 해외증시상장은 새해에도 잇달을 전망이다.

< 손희식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4년 12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