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성호

WTO 출범과 함께 지구촌 경제사회질서의 대변혁이 예고되고 있다.

공산품뿐 아니라 금융 유통 지적재산권등 서비스의 교역자유화가 급속히
진전된다.

지금까지의 특정업종에 대한 보조금 지원,수입제한등 산업보호및 육성을
위한 산업정책이 더이상 구사될수 없다.

대외적 산업 경제환경의 급속한 변화와 동시에 대내적으로 내년6월
지방자치단체장 선출이 이루어지면서 본격적인 지방화가 전개된다.

이러한 "세방화"(세계화.지방화)의 빠르고 복잡하며 동시적인 전개
속에서도 우리경제사회의 발전비전과 목표는 어디에 두어야 하며 이를
달성하기 위한 주요 전략수단은 무엇인가.

금후 우리 경제의 성장목표와 바람직한 성장구조가 제시,합의되고 이를
실천하기 위한 정책기조의 재정립과 새로운 국제규범하에서 유효한
정책수단들의 강구가 시급한 시점이다.

이같은 상황의 인식하에 이미 국내 주요기업들은 나름대로의 중장기
발전비전과 경영전략을 구체화,실천해가고 있는데 비해 정부의 상응한
대응조치가 미흡하다고 보는 것이 대다수 국민의 일반적인 시각인
것같다.

예컨대 S그룹의 경우 기업활동의 범세계화추세에 대응,해외 복합생산기지
건설등 기업활동의 국제화.세계화 전략을 이미 구체화하였으며 최근에는
지방화시대에 부응,영.호남지역에의 신규투자계획을 수립 발표한바 있다.

이에 비해 정부는 아직까지 모든 국민이 알수 있는 세방화시대 우리
경제의 중장기비전과 발전정책을 구체화하지 못하고 있으며 국제화대책
UR대책 SOC(사회간접자본)확충대책등 정책대안들을 산발적으로 제시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같은 상황의 인식하에 정부는 세방화가 무엇인지,그 영향은 무엇이며,
앞으로 중앙정부 지방정부 기업의 할 일은 무엇이며,일반국민들은 어떻게
이과정에 참여해가야 하는지에 대해 개별 경제주체 모두가 쉽게 이해하고
합의 실천할수 있는 우리 경제의 발전비전과 실천프로그램을 빠른 시일
내에 알려주어야만 한다.

상공자원부가 최근 입안 발표한 신산업정책의 근간은 <>시장경제원리의
충실한 적용과 세계시장에 능동적으로 도전 <>금융 재정 행정개혁의
가속화<>미래지향적인 산업발전 비전제시등으로 정리된다.

그리고 특징적인 정책수단으로는 <>업종특정적 정책의 최대한 폐지와
기능별 정책수단활용<>진입제한조치의 배제<>WTO체제에서 허용되는
기술.인력등 기술개발을 위한 하부기반구축등이 열거되고 있다.

"세계화지향 신산업정책"의 내용은 한마디로 "정부는 앞으로 기술개발
인력개발 환경보호등 한정된 부문에 최소한으로 개입하며,기업의
자유로운 활동을 최대한으로 보장한다"로 요약된다.

이 정책방향은 기본흐름의 대강은 전혀 틀리지 않았고,그동안 민간기업
과 전문가들이 계속 요구해 오던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오늘의 우리 경제발전단계,산업화수준에서 과연 되도록 관여하지
않겠다는 이러한 산업정책을 갖고서 우리가 원하는 기간에,우리가 원하는
수준의 경제수준과 산업발전을 실현해 나갈수 있을 것인지 진지하게
생각해 보아야 한다.

UR타결과정의 자유화 개방화 기치 아래서도 왜 선진국들이 기술 인력
지역개발등에 대한 보조금은 허용하였는지에 대한 인과관계및 상황전개의
면밀한 추적이 필요하며,우리도 이를 기존의 소극적이고 정형적 틀내의
산업정책으로 받아들이는 차원을 넘어 보다 적극적으로 치밀한 WTO체제
하의 산업정책수단으로 개발.운용해가야 한다.

이미 오래전부터 일본은 산업정책의 지역화를 다양하게 실천해 오고
있다.

예컨대 테크노폴리스조성 정책을 보면 지방자체단체,입주기업등에 대한
금융 세제상의 우대조치및 직접적인 보조금도 구체적으로 주어지고 있다.

프랑스 영국등 EU국가들도 지방자치단체 중심의 유치기업에 대한 고용및
훈련보조금,공장설치비용지원등을 통한 실질적인 산업지원을 확대하고
있는 추세이다.

이같은 선진국들의 교묘하기도 한 산업정책들은 UR이후에도 유효한
산업정책수단으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예상하여 볼때,우리의
신산업정책의 틀은 다분히 이상적이며 일면 순진한 것은 아닌지
숙고해 보아야 한다.

이제 우리도 우리 산업과 기업발전을 위해 새로운 국제규범을 벗어나지
않고서도 정부가 해야 하는,적극적인 산업정책수단들을 기존 사고의 틀을
넘어 새로운 각도에서 찾아야 할 필요가 있다.

산업정책과 지역정책을 연계한 선진국들의 산업지원시책을 참고한
적극적인 지역산업진흥시책이 구체적 사례일수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2월 2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