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초 대한투신 강당에서는 이례적인 행사가 열렸다.

대투임직원들이 모두 참석한 가운데 열린 이 행사는 4년여만에 자본전액
잠식상태에서 벗어나 경영이 정상화된 사실을 사내외에 공식적으로 알리기
위해 개최됐다.

10월말 현재 대투의 자기자본은 1천2백41억원였다.

10월 한달동안 4백34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 자본금 1천억원을 마침내
모두 찾고 2백41억원의 이익잉여금을 남기며 자본잠식상태에서 벗어난
것이다.

한달후인 지난 11월말 한국투신의 자기자본은 2백13억원으로 집계됐다.

자본금 1천억원중 7백87억원을 까먹었으나 자본전액잠식상태를 일단 모면
했다.

3대투신사중 막내격으로 자본금이 6백억원인 국민투신은 11월말 현재
자기자본이 2천50억원으로 아직 자본전액잠식상태를 면치 못했다.

이날 현재 투신3사의 자기자본은 마이너스 2백74억원으로 전체적으로
경영정상화가 이뤄졌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대한투신이 11월말현재 자본금의 절반을 조금 웃도는 5백63억원의
이익잉여금을 보유할 정도로 투신사들의 경영정상화는 눈에 띄도록 진전
되고 있다.

투신사 경영상태가 늪으로 빠져든 계기는 지난 89년말에 시행된 정부의
무모한 정책에서 비롯됐다.

지난 89년 12월12일 당시 정부는 주가하락 막기위해 투신3사로 하여금
은행으로부터 자금을 빌려 주식을 무제한 매입하도록 조치했다.

89년 주식시장 폐장때까지 은행으로부터 2조7천6백92억원을 빌려 주식을
매입한 투신사들은 이후부터 지급이자부담에 시달렸다.

주가의 추가하락으로 보유주식을 처분하지도 못해 빚을 얻어 이자를
갚느라고 투신사 차입금은 눈덩이 처럼 불어났으며 늘어나는 이자는 수지를
급격히 악화시켰다.

90년3월말 4천4백29억원였던 투신3사는 자기자본(자본금 1천3백억원)은
막대한 지급이자 부담으로 91년 3월말(자본금 2천6백억원) 마이너스 4천8백
99억원 92년3월말 마이너스 7천9백69억원으로 커지면서 부실의 늪으로
빠져들었다.

이후 주가반등과 함께 저리자금 지원효과가 가시화된 93년 회계년도에
자기자본은 마이너스 5천5백4억원으로 줄었다.

94회계년도들어 주가 상승에 편승한 보유주식 매매차익은 대투가 이익
잉여금을 올릴 정도로 수지를 대폭 개선시켰다.

투신사의 4년여만의 경영정상화 달성은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책이 결실을
맺었다는데 큰 의의를 갖고 있다.

비록 무모한 정책에서 무모한 지원책이 뒤따랐다는 비난은 받았으나
주식시장을 회생시키기 위한 정부의 노력이 성공한 것이다.

또 투신사의 경영정상화는 기관투자가로서의 장세안정 기능을 회복시키는
계기가 돼 고무적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런데 자본금에 비해 아직 무거운 차입금은 투신사들이 수지상 정상화를
달성했으나 실질적인 정상화는 아직 멀었다고 할 수 있다.

11월말 현재 이들의 총차입금은 4조8천8백37억원에 이른다.

차입금은 한은특융 1조3천억원, 공모주청약금 1조6천7백83억원, 증권금융
연계콜 1조4천4백57억원, 단자및 은행등 금융기관 차입금 4천5백87억원
등으로 구성돼 있다.

한은특융은 내년 2월 만기가 도래한다.

11월말 현재 투신3사가 갖고 있는 보유주식은 장부가를 기준으로 3조7천
10억원에 불과하다.

미매각수익증권 4천2백61억원을 합해도 차입금과는 7천억원이상 차이가
난다.

여기에 주식평가손을 감안하면 차입금과 보유유가중권과의 차이는 1조
2천억원을 웃돈다.

보유재산을 지금 다팔아도 차입금을 전액 갚을 수 없다는 얘기다.

차입금이 적정규모수준으로 낮아져 실질적인 정상화가 이뤄지려면 주가
상승이 전제되야 한다는 얘기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2월 2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