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석모 < 한국경제연구원 부원장 >

자본주의 시장경제에서는 경쟁속에서 경제의 생명력과 성장활력이
솟아난다.

경쟁이 없는 시장경제는 생명력을 상실한 사회주의 계획경제이다.

경쟁의 바람속에서 기업은 체력을 튼튼히 하고 경쟁력을 키워 나가며,
이러한 경쟁력있는 튼튼한 기업이 모여서 국가경쟁력을 형성하는 것이다.

우리경제가 국제화.세계화의 추세에 맞추어 변신함에 따라 경쟁의 개념과
내용도 세계화 시각에서 재조명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이제는 경쟁이 일어나는 마당이 국내시장이 아니고 세계시장이며, 경쟁의
바람은 국내에서 불어오는 미풍이 아니고 세계 5대양과 6대주에서 불어오는
거센 바람이다.

시장과 경쟁의 개념을 확대하여 글로벌화해야 할 때이다.

따라서 기업의 신규시장 진입의 경쟁촉진기능을 올바로 이해하고 정부의
진입규제 현황을 점검하는 일이 중요한 과제로 등장하였다.

왜냐하면 정부가 삼성에 자동차산업 신규진입을 허용해 주면서 앞으로는
진입에 대한 규제와 개입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함으로써 정부의 진입규제
관련 경쟁정책이 큰 전환점을 맞이했기 때문이다.

시장에는 두가지 형태의 경쟁이 존재한다.

하나는 한 시장내에서 기존기업간의 경쟁이고 다른 하나는 기존시장에
기업이 신규진입함으로써 일어나는 기존기업과 신규진입할 기업간의 경쟁
이다.

하나의 시장 또는 산업내에서 실효성 있는 경쟁이 일어나기 위해서는
두가지 형태의 경쟁이 모두 가능한 경쟁조건이 조성되어야 한다.

신규진입에 의한 경쟁이 없는 상황에서는 기존기업간의 경쟁제한적 담합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며, 또한 판매시장이 확보되어 있으므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혁신의 압력과 유인이 적어진다.

따라서 외부로부터의 신규진입 경쟁의 문이 열려있을 때에는 기존기업은
시장확보를 위한 경영혁신과 기술혁신의 노력을 더 한층 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한편 기존기업과의 경쟁을 각오하고 뛰어드는 신규진입기업은 기존기업을
능가할수 있는 보다 우수한 경영능력이나 신기술을 가지고 들어올 가능성이
높은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신규진입에 의한 경쟁속에서 산업의 경쟁력은 동태적으로 발전하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경쟁이란 기업의 활력과 혁신을 창출하는 중요한 메커니즘임에도
불구하고 우리경제에는 기업의 경쟁을 제한하는 규제가 도처에 산재해 있다.

신규사업에 대한 인허가 형태의 진입규제가 기업활동관련규제에 있어
금융자금부문에 이어 우리나라에서 가장 심한 규제를 받고 있는 부문임이
조사결과에 의하여 밝혀지고 있다.

진입규제는 경제적 규제의 전형적인 예일 뿐아니라 가장 원초적인
(primary) 규제이다.

즉 진입규제는 시장경쟁에 참여하는 기업의 수 또는 활동영역을 제한하는
것이기 때문에 불충분한 시장경쟁으로 인한 경제적 부작용, 즉 경쟁가격보다
높은 독과점가격과 초과이윤, 과소공급, 재화나 서비스의 질저하등 문제를
유발하고 이에따라 정부는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하여 가격규제등
추가적인 규제를 병행하게 된다는 것이다.

진입규제의 폐해가 매우 크다는 사실을 인지하면서도 규제론자들은
여러가지 논리와 정책적 명분을 내세우고 있다.

최근 삼성자동차의 신규진입 허용여부를 놓고 벌어진 논쟁에서 진입규제의
명분은 과당경쟁 중복투자의 논리이다.

규제론자들이 내세우는 과당경쟁 중복투자의 논리가 국경없는 무한경쟁이
벌어지는 세계화시대에 과연 설득력있는 것일까하는 문제를 검토해야 할
시기이다.

우선 거의 모든 산업에서의 경쟁에 있어 "과당"이란 개념은 존재하지
않는다.

경쟁은 치열할수록 좋은 것이다.

일부언론에서 지적했듯이 "무차별적 시장진입이 중복투자로 자원낭비를
초래"할 가능성은 있지만 이것은 단기적인 부작용과 비용일뿐 장기동태적
으로는 슘페터가 강조했듯이 건설을 위한 파괴(Constructive Destruction)인
것이다.

정부의 진입규제는 단기적으로 기득권을 가진 기업들을 온실속에 보호하는
효과가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기업과 산업의 총체적 경쟁력을 저해하는
손실을 초래한다.

하나의 산업이 국제경쟁력을 배양하기 위해서는 국내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통한 기업의 신진대사가 일어나야 한다.

경쟁력을 잃은 한계기업은 퇴출되고 새로운 경쟁력을 갖춘 기업이 들어와야
한다.

물이 흐르지 않고 오랫동안 괴어 있으면 썩는다는 자연현상과 동일한 이치
이다.

경쟁력을 잃은 기업과 생산설비를 파괴하는 것은 산업과 기업의 생명력을
유지하는 창조적 파괴이다.

세계화의 시각에서 비춰보면 과당경쟁이나 중복투자의 개념은 더욱 그 빛을
잃는다.

중복투자란 특정 산업의 수요와 시장규모가 일정하다는 정태적 개념을
전제로한 것이므로 수요와 시장은 항상 가변적이라는 동태적 개념으로
파악하거나 또한 수요와 시장의 범위를 국내에서 세계로 확대한다면 수요와
시장은 잠재적으로 거의 무한히 존재한다고 볼수 있다.

문제는 수요와 시장이 아니라 경쟁력이다.

개방화 세계화시대에 국내시장은 항상 열려 있어 외국기업은 언제나 어떤
산업에든지 신규진입 투자를 할수 있다.

WTO체제에서는 과당경쟁 중복투자를 빌미로 이를 막을 길이 없다.

하물며 국내기업에만 과당경쟁 중복투자의 논리를 적용하여 신규진입을
규제하는 것은 명분과 국익에도 어긋난다.

개방화 세계화시대에 정부가 할 일은 치열한 국내시장 경쟁여건을 조성함
으로써 기업의 경쟁력을 배양하는 것이다.

따라서 기업의 신규진입과 관련된 모든 규제를 푸는 일이 세계화시대에
대비한 시급한 과제이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2월 2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