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경제팀의 출범으로 가장 주목되는 것은 최우선 순위가 부여된 세계화를
촉진하기 위해 기존 경제정책의 내용과 추진방법이 어떻게 달라질 것인가
하는 점이다.

이 문제와 관련해서 정부에 강조하고 싶은 것은 그것이 규제.개입 정책의
단순한 미봉적 조정이나 자유화라는 말만 앞세우는 종래의 추진방법을
답습하는 것이어서는 세계화에 대응할 경쟁력의 강화는 기대할수 없다는
것이다.

세계화 과제가 정부조직의 전면개편이라는 행정시스템의 일대개혁을
가져왔듯이 그것은 기존 정책을 획기적으로 수정하는 규제철폐 자유화
여야 한다.

때문에 새 경제팀은 앞으로 펴나갈 세계화에 호응할 경제정책의 새틀과
추진방법을 설득력있게 명백한 논리로 국민앞에 제시해 주어야 한다.

그런데 개각후 처음으로 26일 열린 경제장관회의가 성장률을 얼마로
하고,물가는 어느선에서 유지한다는 식의 내년도 경제운용 계획이나
협의하고 물가안정,세계화추진등 5대과제를 중점시책으로 설정했다는
이야기밖엔 들려오지 않는 것은 실망스러운 일이다.

더구나 앞으로 추진될 경제정책에 혼선을 주고 있는 것은 민간기업의
신규업종진입과 기술도입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되 완전히 풀지는 않고
일정한 범위에서 정부의 규제.개입을 지속한다는 점을 시사한 박재윤
통상산업부 장관의 발언이다.

정부는 삼성승용차의 시장진출을 허용하면서 최대한 경쟁원리를 존중
하기 위해 시장신규진입 기술도입에 대한 정부 규제를자유화한다는
방침을 밝힌바 있다.

이같은 방침은 당연히 세계화를 추진할 새경제팀의 핵심 정책이 될
것으로 기대됐었다.

특히 새로운 산업정책의 모색과 관련,박장관이 "기술도입 신고서등
기존의 신규진입 장벽을 모두 제거하겠다는 종전의 상공자원부 계획에
대해서는 아는바 없다"고 말했다는 것은 삼성그룹의 승용차시장 신규
진출에 적용했던 "시장신규진입 자유화"원칙의 후퇴를 의미하는 것인지
그 진의를 알쏭달쏭하게 하고 있다.

경제계는 삼성의 승용차시장 진입허용 이후 경제의 세계화전략 일환
으로 종 업종의 신규진입 제한이 풀릴 것을 전제로 하여 내년도
투자계획을 다시 손질해왔다.

업계의 투자에 혼선을 야기시키지 않기 위해서도 경제팀은 이 문제를
비롯한 향후의 경제정책 방향을 분명히 밝혀야한다.

새 경제팀이 명기해야 할 일은 한국의 기업이 국내의 과당경쟁,중복투자를
이유로 한 시장진입 제한으로 자유경쟁 기회가 봉쇄되는 한 세계시장을
상대로 한 무한경쟁에는 패배될수 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하물며 장관이 바뀐다고 정책이 하루 아침에 뒤집어져서야 어떻게
정부정책을 믿고 장기적 안목에서 투자를 할수 있겠는가.

(한국경제신문 1994년 12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