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뭄이 가장 오래 지속되고 있는 지역은 칠레의 아타카와사막
이다.

1세기에 비가 손가락으로 헤일수 있을정도로 몇번 내리지만 그것도 극소량
에 지나지 않는다.

다른지역의 사막들 또한 그에 버금할 정도로 가뭄이 이어지고 있는 것은
물론이다.

그런 곳에서 인간이 생활해 갈수있는 자연조건의 생성을 기대할수는 없다.

지금도 아프리카의 사렐지방에서는 60년대초부터 시작된 모진 가뭄이
계속되어 사막화가 진전되고 수많은 아사자와 기근자가 속출하여 가뭄이
인간의 생존에 가공스러운 존재임을 확인시켜 주고 있다.

가뭄은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 보더라도 인류를 끊임없이 괴롭혀온 괴물과
같은 존재다.

인간이 살아가기에 가장 알맞은 곳으로서 문명의 꽃을 피웠던 중국에서도
오랜 옛날부터 가뭄에 시달렸던 것은 마찬가지였다.

은나라 탕왕때 17년동안이나 계속된 가뭄이 얼마나 혹심했던지 "시경"의
운한편에는 "가뭄이 이토록 심하고 심해/산천초목 모두 다 타버렸네..."라고
그 참상을 묘사해 놓았다.

한반도 또한 예외가 아니었다.

"삼국사기"와 "단신문헌비고"의 기록을 보면 삼국시대부터 조선조 말엽까지
2000년동안에 가뭄이 304회나 발했다.

그 가운데 초근목피마저도 바닥이 나 사람을 잡아 먹고 살아야 할 정도의
기근이 23회, 대기근이 82회, 경미한 기근이 199회로 6년마다 한번씩
가뭄이 든 셈이었다.

"조선왕조실록"에는 성종16년(1485)에 가뭄이 들어 대기근이 일어났다는
상세한 전말이 나온다.

불부터 가물기 시작하여 한해동안 비 한방울이 내리지 않아 팔도의 농민들
이 거의 다 폐농을 함으로써 성종이 굶주리는 백성들의 구제에 심혈을
기울였다는 것이다.

그처럼 가뭄이 잦자 한반도에서는 예로부터 샘 보 방죽등 수리시설이 발달
되었다.

그것이 오늘날에는 기상예측, 저수지 댐 구축, 지하수 개발등의 괄목할
대처방법으로 발전됨으로써 어느 정도까지는 가뭄을 극복할수 있게 되었으나
혹심한 가뭄에는 아직도 속수무책이다.

농업용수로 족했던 예날과는 달리 대도시식수와 공업용수 발전용수등 훨씬
더 많은 물을 필요로 하는 산업사회가 되어 있기 때문이다.

1904년 기상관측이 시작된 이래로 가벼운 가뭄이라도 들지 않은 해는
없었으나 이번에 몇몇 지역에 물기근을 다려온 겨울가뭄이 내년 봄까지
계속될 경우 100년만의 최악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가뭄비상대책을 서둘러야 될때가 되었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2월 3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