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22일 김시중과학기술처 장관은 핵폐기물처분장을 경기도
옹진군의 굴업도로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장소가 인천에서 65 나 떨어진 서해안 한가운데의 낙도라 수송이나
건설에 막대한 비용이 들고 섬면적이 작아 연구시설마저 들어설 수 없는
형편이었다.

정부가 이처럼 단점이 많은 굴업도를 선정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90년
핵폐기물부지가 안면도로 1차선정됐다가 주민의 대규모 반대시위로 무산
되는등 6년간 4차례의 시도가 모두 실패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지역이기주의에 밀려 낙도를 선택한 셈이 됐다.

선진국에서나 있었던 님비현상(Not In My Backyard : 우리집 뒷마당은
안된다)이 우리 주변에서 현실화되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다.

이런 님비현상은 지방자치제가 실시되면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쓰레기처리장 선정을 둘러싸고 각 지자체가 벌이는 쓰레기전쟁은 벌써
시작됐다.

지방자치제가 실시되면 쓰레기뿐만 아니라 상하수도 도로 교육 세금징수
등을 둘러싼 지역간의 쟁탈전이 치열해 질것이다.

어제까지만해도 같은 도라는 이유로 서로 양해가 됐던 일도 지자제가
실시되면 서로 자기지역이익만 챙기려 들 것이다.

따라서 님비현상으로 불리는 지역이기주의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이런
"지역분쟁"을 해결하기 위한 일반적 "룰"과 관행이 정착돼야 한다.

예컨대 지난해 8월 환경처가 쓰레기매립장등 폐기물시설입지선정에 지역
주민대표가 직접 참여하고 입지지역주민들에게 감정가이상으로 토지를
보상해 주는 내용의 법안을 만든것도 바람직한 대책으로 꼽힌다.

그러나 법뿐만 아니라 이같은 분쟁을 조정하는 지역특유의 관행을 정착
시키는 일이 지자체단체장과 의원들이 할일이란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