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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환 추기경은 제5회 한국경제신문 독서대학 참석차 방한했던 미국의
저명 신학자 마이클 노박 박사와 명동성당 주교관에서 대담을 갖고 가톨릭
윤리및 자본주의정신 등에 대해 폭넓은 의견을 교환했다.

대담내용과 독서대학 강연및 질의응답 요지를 소개한다.

< 편 집 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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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박박사 =지난 81년과 82년 제네바에서 열렸던 세계인권회의때 미국
대표로 참석했기 때문에 당시 한국상황을 좀 알고 있습니다.

80년대말이래 상황이 많이 나아졌다고 들었습니다.

<> 김추기경 =계속 노력해야지요.

노박박사는 21세기를 눈앞에 둔 현 시점에서 인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 노박박사 =우리는 그동안 인권보호와 경제성장을 위한 정치적싸움에
많은 시간을 소비해 왔습니다.

정치적자유를 얻기위해 그토록 많은 피를 흘려야했던 것은 유감이지만
가난한 이들에게는 자본주의가 사회주의보다 더 나은 제도이고 다행히도
자본주의는 승리했습니다.

이제 인류가 정치적자유를 어느정도 얻었다고 보고 앞으로 생각해야될
문제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입니다.

여전히 지구상에는 자본주의의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많은 가난한 이들이
있고 우리는 그들을 생각해야만 합니다.

<> 김추기경 =미국에서는 인권 및 생명이 존중되고 있다고 보십니까.

<> 노박박사 =그렇지 않습니다.

얼마전까지 낙태반대운동이 활발히 벌어지는 등 생명을 존중하자는 움직임
이 있었지만 요즘은 뜸해진 상태입니다.

<> 김추기경 =요즘 관심을 갖고있는 문제는 주로 어떠한 것입니까.

<> 노박박사 ="가톨릭 윤리와 자본주의정신"에 관한 것입니다.

자본주의는 물론 완벽하다고는 할수 없지만 다른 어느 시스템보다도 가난한
사람들과 민주주의에 들어맞는 제도입니다.

자본주의는 특히 민주주의 확립에는 필요충분조건이라 할수 있습니다.

"가톨릭윤리와 자본주의정신"은 제가 쓴 책 제목이기도 합니다.

오늘날 대부분의 사람들은 경제활동을 하면서 살아갑니다만 이렇다할만한
윤리 및 도덕지침이 없다고 생각돼서 이 책을 쓰게 됐습니다.

<> 김추기경 =내년이면 세계무역기구(WTO)가 출범하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노박박사 =WTO의 출범으로 빈국들은 혜택을 얻을수 있는 기회를 갖게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 김추기경 =빈국들이 선진국들과의 경제적싸움에서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 것으로 봅니까.

<> 노박박사 =신은 모든 국가에 나름대로의 비교우위를 제공했습니다.

자국이 갖고있는 비교우위가 무엇인지 깨닫는한 모든 국가들은 자유로운
무역으로 인해 번영할 수있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2차대전후 일본은 선진국들과 자유로이 교역함으로써 오늘날의
경제성장을 이룩할 수 있었습니다.

<> 김추기경 =한국전쟁 덕분이기도 하죠.

<> 노박박사 =어쨌든 자유로운 무역의 허용은 보다 많은 제3세계국가들에
번영을 가져다 줄것입니다.

저는 WTO 출범후 10~20년이 지나면 중남미국가들도 현재보다 훨씬 잘 살
것으로 봅니다.

<> 김추기경 =그러나 무한경쟁시대에서는 최고만이 살아남지 않을까요.

경쟁력이 없는 국가들이 과연 견딜 수 있겠습니까.

<> 노박박사 =미국에서도 자유무역의 허용으로 인해 많은 이들이 일자리를
잃게될 것이라는 우려가 있습니다만 저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경쟁은 부의 원천입니다.

교황이 자신의 저서 "희망의 문턱을 넘어"에서 밝혔듯이 자유로운 경쟁을
허용함으로써 인간은 보다 높은 수준의 부를 획득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한국은 부존자원이 거의 없지만 자유로이 경쟁하는 분위기속에서 근면하게
일해 오늘날의 경제기적을 이루었다고 생각합니다.

< 정리=염정혜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1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