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 질서는 어떤 결점이 있든 또 그 결점이 얼마나 많든 상관없이
여러가지 중요한 점에서 사회주의 경제보다 우수하다는 것이 입증되었다.

이러한 질서 속에서 기업의 소명은 무엇이며 현대세계의 기업활동에
있을수 있는 고유한 정신적.종교적 요소는 무엇인가.

정치적.경제적 질서속에 있는 현실주의를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회칙
"100백주년" 특히 그 31항과 32항보다 더 잘 표현한 것이 우리 시대에는
없다.

우리들 대부분은 "프로테스탄트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에서 베버가 제시한
분석에 의해 자본주의 윤리를 생각하도록 교육 받았다.

그러나 베버는 자본주의의 중심에 역동적 핵심이라고 할수 있는 창조성을
파악하지 못했다.

그가 추구한 것은 계산적인 합리성이었고 그것은 인간의 자발성을 철창속에
가두어두는 것이었다.

회칙 "100주년" 제32항에서 교황은 역사상 모든 사회에서 두가지 요소, 즉
노동과 땅이 발견되게 마련이라는 것을 설명한 직후에 창조성에 대한 문제에
접근하고 있다.

한때는 땅의 풍부한 자연적 결실이 부의 중요한 요인인것 같아 보였고 또
사실 그러했다.

반면에 노동은 땅의 풍부한 결실을 위해 도와주고 지원하는 것이었다.

우리 시대에는 인간이 하는 노동의 역할이 비물질적인 부와 물질적인
부를 창출하는 요인이 되기 때문에 점점더 중요해지고 있다 교황이 노동을
지식과 더욱더 많이 관련 시킨 것을 주목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은 중대한 전환이다.

교황은 노동가치론을 전개한 마르크스와는 달리 가치를 지식과 관련시키고
있다.

부의 원천은 지적자본이다.

이 원천은 인간의 마음속에 있다.

국가의 부가 자연적인 자원보다 지적인 재산과 노하우에 그 기초를 훨씬
더 많이 두고 있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서 자연자원이 풍부한 몇몇 나라가
아직도 가난한 상태로 남아 있을수 있고 반면에 일본과 같이 자연자원이
사실상 없는 다른 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나라 가운데 들어갈수
있는지 이해할수 있다.

일본이 지니고 있는 탁월한 요소는 과학적 지식과 치밀한 조직 능력, 다른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것을 알아채고 그것을 충족시켜 주는 창조적 능력
이다.

자연자원이 극도로 빈약한 일본 사람들은 이러한 요소를 통해서 스스로
탁월한 국민이 되었다.

교황은 인간의 지식이 부의 원천이 되는 방식을 두가지로 보고 있다.

첫째 "현대사회에서 또 하나의 중요한 부의 원천이 되는 것은 바로 다른
사람들의 욕구를 예견하고 그 욕구를 충족시키기에 가장 적합한 생산적인
요소들을 결집시킬줄 미리 아는 능력이다".

둘째 "많은 상품은 고립되어 있는 한 사람의 노동을 통해 충분히 생산될 수
없다. 같은 목적을 가지고 일하는 많은 사람들의 협력이 필요하다".

회칙 "100주년" 제31항에서 교황은 "오늘날에는 한 사람의 노동이 다른
사람의 노동과 자연적으로 상호 관련된다는 것이 더욱 분명해지고 있다.

어느때 보다도 노동은 다른 사람들과 함께 일하는 것이며 다른 사람들을
위해서 일하는 것이다"라고 갈파하고 있다.

기업인은 도처에서 공동체를 구축하는데 끊임없이 참여하고 있다.

바로 가까이에서는 그 자신의 회사에서 노동 공동체를 구축해야 한다.

다음에는 그 회사를 실제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더 폭넓은 원료 공급자와
고객 공동체, 은행가와 정부관리, 수송체제와 법률 규정에 의지해야 한다.

교황도 지적하고 있듯이 기업의 목적은 단순히 이윤만 남기는 것이 아니다.

기업은 사람들이 기본적으로 필요로 하는 것을 충족시켜 주고 사회 전체를
위해 봉사할 특별한 집단을 형성하기 위해 여러가지 방법으로 노력하고
있는 사람들의 공동체인 것이다.

결론적으로 교황이 기업윤리에 접근하면서 지향하는 두가지 기본적인
이상은 창조성과 공동체다.

그리고 거기에는 여러가지 미덕이 포함됨은 물론이다.

모든 개개인은 아무리 가난하고 무식하더라도 하느님의 모상으로 창조
되었다.

모든 사람은 자신의 개인적인 경제적 창조력을 발휘할 권리를 갖고 있다.

그러므로 개인의 경제적 창조력을 억압하는 기존 경제체제는 모든 이에게
주어진 하느님의 모상을 학대하고 있기 때문에 개혁되어야 한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