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려 들어오는 외화자금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

올해 경제운영에서 정책당국을 괴롭힐 과제중의 하나다.

올해부터 외환.자본자유화가 본격적으로 추진됨에 따라 외화유입이 늘어
이를 적절히 관리하지 못할 경우 통화나 환율운용은 물론 물가안정에도
바람직하지 않은 결과를 가져올수 있다.

정부는 올해중 순유입될 외화자금이 1백40억~2백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12월초 발표한 외환제도개혁방안에 따라 기업들의 해외자금조달이
쉬워지고 주식자금등 외국인투자자금도 대거 몰려올 것이라는 것.

외화자금 순유입규모의 레인지가 큰 것은 외국인주식자금유입과 유입된
외화자금의 해외유출등에 변동요인이 많기 때문이다.

어쨌든 올해도 자본수지흑자는 작년(90억달러안팎추정)의 2배가량될 것이란
얘기다.

다만 올해에도 경상수지적자가 작년(50억달러전망)보다 다소 늘어날 것으로
보여 종합수지면에서 외화자금유입압력을 다소 누그러뜨릴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통화공급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종합수지는 1백억~1백30억달러선으로
전망되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부문별 유입규모는 <>주식및 채권투자자금 50억달러 <>해외증권발행 35억
달러 <>외국인투자기업 SOC투자기업 중소기업및 첨단산업기업등의 상업차관
도입 20억달러 <>연지급수입및 수출선수금등 단기무역신용 30억달러 <>금융
기관및 개발기관의 해외차입 40억달러 <>외국인직접투자 15억달러등이다.

이같은 유입요소는 예상보다 늘면 늘었지 줄지 않을 것이 거의 확정적이다.

대부분이 설비투자나 무역등 기업활동과 관련된 사항인데다 기업의 수요는
이보다 훨씬 많아 늘어날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주식투자자금은 다소 유동적이다.

우선 외국인투자한도의 확대시기에 커다란 영향을 받는다.

현재 12%인 한도를 언제 15%로 상향조정할지 아직 미지수다.

정부는 올해중 확대한다고만 발표했을뿐 구체적인 시기에 대해선 함구하고
있다.

통화 환율 물가등 거시경제지표를 감안해 하반기에 시행할 것이란 분석만이
있을 뿐이다.

국제금리가 상승세를 타고 있는 것도 변수다.

지난12월들어 국제기관투자가들은 한국에 투자한 자금을 회수해 채권을
사는등 투자패턴의 변화를 보이고 있다.

한국증시의 주가가 오를만큼 올랐는데다 채권으로 고수익을 올릴수 있는
마당에 굳이 한국증시에 남아있을 이유가 없다는 얘기다.

외국인주식투자자금 유입이 주춤하거나 감소할 경우엔 외환수급전망자체가
무의미해질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현재까지는 50억달러안팎에서 유입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올해중 유입될 것으로 보이는 1백억달러(약8조원)~1백30억달러(10조4천원)
는 올해 총통화(M2)증가율을 15%로 잡을 경우 공급되는 M2(19조5천억원)의
41~53%에 달하는 수준이다.

해외에서 통화가 터지는만큼 민간이나 정부부문에서 통화를 긴축할수밖에
없다.

어차피 공급할수 있는 총량이 정해져 있는 상황에서 한쪽에서 터지면
다른 한쪽에서는 조일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시중에는 돈이 남아도는 유동성과잉을 보이는 상태에서도 민간부문에선
오히려 돈구경하기가 힘들어지고 경우에 따라선 시중금리가 오르는 기현상이
발생할수도 있다.

저금리 자금이 들어와 국내금리를 낮추기는커녕 금리상승을 부채질하는
요인이 될수도 있다는 얘기다.

외화유입이 많아지면 환율운용에도 부담이 된다.

작년에도 경상수지는 계속 적자를 보였는데도 원화환율은 오히려 떨어져
(원화가치상승) 경상적자를 확대시키는 요인이 됐다.

올해도 이같은 추세가 계속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외화유입에 따른 이같은 부작용을 최소화할수 있는 정책수단이
많지 않다는 것.

자본자유화에 따라 밀려오는 외화를 효과적으로 흡수하거나 해외로
내보내야 하는데 뾰족한 수단이 없다.

해외투자제한을 완화하고 개인에게까지 해외부동산취득을 허용하는등
나가는 문을 활짝 열어 놓았으나 유입자금의 유출이 뜻대로 늘어날지는
아직 미지수다.

국내의 기대수익률이 해외보다 높은 상황에서 자금출처밝히기를 꺼리는
검은자금을 제외하곤 나가려는 유인이 그다지 크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지난7월부터 해외증권투자가 허용됐음에도 불구하고 실적이 미미한 것은
이를 잘 설명하고 있다.

흡수하는 것도 마땅치 않다.

한국은행이 외화를 사들이면 통화가 터져 물가를 자극하고 그대로 두면
원화값만 올라가 어느쪽을 선택하기가 쉽지 않다.

통화와 환율이 분담하고 재정을 긴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으나
여의치 않다.

경직적으로 움직이는 재정을 줄이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올해에 7천억원규모의 흑자예산을 편성하는 것도 곳곳의 반대에
부딪쳤었다.

"통화 환율 재정등 동원할수 있는 모든 정책수단을 적절히 조합(Policy
Mix)해 운용해야 한다"(재무부 L과장)는 당위론만 무성할뿐 구체적인
실행계획이 잡혀진 것도 아니다.

올해엔 경기가 정점(피크)에 달하면서 과소비 금리상승 부동산값상승등과
같은 호황말기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지방자치단체장선거도 예정돼 있어 물가안정을 유지하기가 어려울
것으로 분석된다.

유입되는 외화를 적절히 관리하는 것이 이같이 얽힌 경제의 매듭을 푸는
시금석이 된다는 얘기다.

< 홍찬선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1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