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고분자연구부 박기동박사(37)는 남다른
마음가짐으로 을해년을 맞고 있다.

59년생 돼지띠인 그는 돼지의 심장에서 떼낸 판막을 특수처리한 다음
인공심장판막을 개발하는 연구에 매달리고 있는데 돼지해에 첫 가시적인
성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우선 개의 심장에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박박사는 "돼지의 심장판막을 이용한 인공심장판막의 경우 이미 실용화돼
있으나 내구성이 떨어져 사용기간이 10년이 안된다는 단점이 있다"며
이보다 내구성을 훨씬 높이는게 연구의 초점이라고 말했다.

심장에 병이 생기는것은 대부분 심장판막에 이상이 생기는데 기인한다.

때문에 그는 자신의 연구가 심장질환을 앓는 환자는 물론 가족들에게
큰 희망을 안겨줄 수 있을 것이라는 자부심으로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지난84년 한양대 대학원(석사)을 졸업한뒤 KIST에 들어온 박박사는 당시
국내에서 정부주도로 처음 시작한 의료용고분자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되면서
처음으로 생체재료용 고분자연구에 관심을 갖게 됐다.

3년간 KIST에서 연구원 생활을 지낸 그는 이분야 연구에 인생을 걸기로
마음을 굳히고 미국유타대학으로 유학의 길을 떠난다.

세계처음으로 인공심장을 인간에 이식, 1백12일간이나 생존시킨 유타대학
에서 "인공장기용 혈액적합성 고분자"로 박사학위를 받아 실력을 인정받은
그는 91년 KIST 생체재료연구팀에 합류, 지금까지 일해오고 있다.

"생체재료용 고분자에 대한 국내 기업들의 투자가 아쉽습니다"

연구의 실용화를 위해 관련기업을 찾을때면 "보따리 장수"취급 당하는
느낌이 들때가 한두번이 아니라며 박박사는 미국이나 일본등 선진국의
업체와는 달리 장기적인 투자에 선뜻 나서지 않는 국내 의료산업계의
투자를 아쉬워했다.

< 오광진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1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