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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담] 김명호 한은총재에게 들어본 신년구상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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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은행 8층 김명호총재방에 들어서면 ''여화수청 인이기홍''이라고 쓰여진
    액자가 걸려 있다.

    왕희지의 ''난정집'' 서구에 나오는 말이다.

    풀이하면 ''화기애애한 가운데 청아함을 닦으면, 이로써 사람은 넉넉해진다''
    는 뜻이다.

    급해서도 모나서도 안될 중앙은행총재의 이미지와 김총재 개인의 분위기가
    묘하게 어우러진 듯한 문구다.

    본지 유화선 경제부장이 김총재를 만나 세계화 시대 중앙은행의 역할과
    새해 경제전망에 대해 들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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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투적인 말이긴 하지만 작년엔 정말 다사다난한 해였습니다. 대형사고도
    유난히 잦았죠. 그러나 다행히도 경제만은 잘 돌아간 느낌입니다. 올해
    경제도 계속 활기를 띨거라지만 인플레 압력등 난제도 많아 보입니다.

    <> 김총재 =그렇습니다. 올해에도 소비자 물가가 6%정도는 상승할 것으로
    봅니다.

    분명히 말씀드리지만 6%라는 물가상승률은 결코 낮은게 아닙니다. 경기
    상승후기에 들어가면 민간소비가 성장을 주도하는 법이라 내수가 크게
    늘어나게 마련입니다.

    지난해의 고성장에 따른 임금상승도 만만치 않을테고요. 그러나 경제가 더
    지속적으로 안정성장하려면 우선 물가를 잡겠다는 의지가 강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물가는 어느정도까지 낮춰야 안정적이라고 할수 있을까요.

    <> 김총재 =우리경제가 세계화를 능동적으로 추진하려면 모든 경제주체가
    그만한 경쟁력을 갖춰야 합니다.

    이를 위해선 물가상승률이 2~3년내에 선진국과 같은 3%선으로 낮아져야
    하는게 필수적이죠.

    -너무 안정 안정 하면 성장이 위축받지 않겠습니까. 그렇지 않아도
    지난해엔 중소기업도산이 많았고 그래서 경기의 양극화 현상이라는 말도
    나왔지요. 더구나 올해는 지자체장 선거가 있는 해 아닙니까. 현실적으로
    금융긴축이 가능하겠습니까.

    <> 김총재 =성장을 희생해서라도 물가를 안정시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만 지속적인 성장의 기틀을 다질수 있습니다.

    금융긴축뿐만 아니라 재정긴축도 필요합니다. 올해부터는 정부에 대해
    재정긴축을 강하게 요구할 작정입니다.

    -그러나 정부가 이런저런 사정을 대면서 한국은행의 의견을 무시해 버리면
    그만 아닙니까.

    <> 김총재 =물론 그렇기는 합니다. 그래서 한은독립문제가 꾸준히 제기되는
    것 아닙니까.

    -때마침 정부조직개편 여파로 한은독립문제가 새롭게 부상하고 있습니다.
    여야간에 "독립"에 관해선 원칙적인 합의를 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독립을
    거저 얻을수 있는건 아니라고 보는데요.

    <> 김총재 =국제화 세계화는 한마디로 국내외의 가격차를 없애자는
    것입니다.

    다르게 표현하면 규제철폐지요. 세계는 이미 80년대 들어 그 방향으로
    나갔는데 우리만 그렇지 못했습니다.

    정부가 행정규제를 통해 내외 가격차를 조정해 왔을뿐이지요. 그러나 이건
    뒤져도 한참 뒤진 정책입니다.

    내외가격차는 시장기능으로 조정해야 맞습니다. 문제는 누가 그 시장상황을
    판단하는 주역이 되느냐지요.

    중앙은행의 판단기능에 대한 정부의 관여를 줄여 나가는게 국제적인 조류
    입니다.

    그게 바로 중앙은행의 독립이고요. 사회주의권의 중앙은행조차도 정부가
    아닌 의회의 평가를 받고 있을 정도랍니다.

    -그러나 경제정책을 종합적이고 일관성있게 펴려면 금융정책도 정부와
    함께 해야 한다는 주장도 여전히 설득력이 있어 보입니다. 또 한국은행의
    실력을 못미더워하는 목소리도 있고요. 듣기 거북하실지 몰라도 20년 넘은
    부장들도 스스로 책임질만한 답변하나 제대로 못한다는 소리도 있습니다.

    <> 김총재 =그건 말도 안되는 소리입니다. 오랫동안 정치논리에 떠밀려
    단기적인 성과에만 집착하는등 안정을 희생시켜온 쪽이 누구입니까.

    그러나 이젠 시대가 바뀌었어요. 성장보다는 물가와 국제수지가 더 중요성
    을 갖는 시대에 정부에서 모든 것을 다 해야 한다는 생각은 곤란하지
    않습니까.

    -그거야 운용의 묘를 살리면 되지 않습니까.

    <> 김총재 =물론입니다. 지금까지도 운용의 묘는 잘 살려지고 있습니다.
    제가 한은총재에 취임하고나서 표현을 강하게 하지않는 것도 정부가 많은
    경우 한은의 얘기를 잘 들어 왔기 때문입니다.

    경기를 회복시키는 쪽으로 통화운용을 해서 그랬는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운용"으로 묘를 살리자고 하는 것보다 "제도"를 바꾸어 그렇게 하면 더
    좋은 결과를 낳을것 아니겠어요.

    다른 나라의 정부와 중앙은행의 관계를 타산지석으로 삼는 지혜가 필요
    합니다.

    -김총재는 "목소리"를 제대로 내지 않는다는 것이 지금까지 세간의
    평이었습니다. 한은직원들도 그것이 불만인것 같았고요. 그러나 오늘 말씀은
    톤이 무척 강한데 올해부터는 본격적으로 목소리를 내기로 작정하신 겁니까.
    아니면 사회분위기도 무르익어 "한은독립"의 찬스를 잡겠다는 의도인가요.
    (웃음)

    <> 김총재 =아, 그렇게 들렸던가요. 단지 원론을 말했을 뿐입니다.

    -김총재의 의지가 그렇게 굳으니 한은이 독립됐다고 치고 다시 물가문제로
    화제를 돌려 보지요. 통화가치의 안정을 위해선 통화량의 안정적 공급이
    중요할수밖에 없겠는데요. 올해 총통화(M2)증가율 목표는 어떻게 가져갈
    생각인지요. 지난해엔 목표를 14~17%로 정해놓고 14%에 가깝게 운용하겠다고
    했는데 결과는 17%에 가깝게 됐지요. 올해는 목표밴드를 더 넓힌다는 얘기가
    있는데 이는 결국 통화수위가 올라가도 욕을 먹지 않겠다는 것 아닙니까.
    목표범위내에서 통화증가율을 유지했는데 뭐가 문제냐는 식으로 말입니다.

    <> 김총재 =통화량은 정책의 중간목표로서 금리나 환율보다 중요합니다.
    작년에 통화증가율 목표를 14~17%로 잡은 것은 돈이 많이 풀리는 설이나
    추석같은 때는 17%선까지 운용하고 평상시엔 14%에 가깝게 운용해 연말엔
    15.5%선으로 마치겠다는 생각에 따른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4.4분기에 "복병"을 만났어요. 한국통신 주식입찰과 기업은행 주식
    공모로 인한 대출이 급증했기 때문입니다.

    변명은 하지 않겠지만 꼭 통화량만을 따지기도 힘든 때가 있었어요.
    통화공급을 늘려야만 금리가 안정된다는 단세포적인 생각을 가진 사람들도
    주변에 있었고..

    <<< 계 속 ... >>>

    (한국경제신문 1995년 1월 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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