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퍼체인업계의 지난해는 그 어느때보다도 분주한 한해였다.

수도권에서의 점포신설이 어려워졌고 지역백화점의 다점포화와 E마트
프라이스클럽등 가격할인형 신업태의 등장이라는 진퇴양난의 위기속에서
자구책마련에온 힘을 기울였다.

특히 식품 잡화등 수퍼마켓의 주력 품목은 물론 간단한 의류와
가전용품으로 무장한 할인점의 등장은 수퍼업계의 장기성장전략을
근본부터 뒤흔들어 놓았다.

유통업계중에서도 경영이 보수적이기로 소문난 수퍼업계가 지난해
앞다투어 신규사업 추진과 함께 운영시스템 등 조직정비에 나선 것은
변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들다는 위기의식 때문이었다.

수퍼업계는 올해와 유통시장이 개방되는 내년에도 변화노력이 계속될
것으로보고 있다.

백화점업체의 다점포화와 할인점사업진출 대기업그룹의 신규진출등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부정적인 측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수퍼마켓은 백화점이나 편의점 등 타업태와는 달리 매출이 안정적인게
특징이다.

소비자들의 일상생활과 밀접한 수퍼마켓의 장점을 활용하고 내실경영에
힘쓰면 실이익은 더욱 커질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 수퍼업계는 부실점의 폐점과 3백평 이상의 대형점을 지속적으로
오픈하는 이른바 스크랩 앤 빌드(Scrap & Build)전략과 포스(Pos)시스템의
도입,상품구매제도의 개선 등 경영체질 개선을 통해 평균 18%란 비교적
높은 성장을 기록했다.

수퍼업계는 전반적인 경기호조와 함께 지속적인 운영시스템 정비에
힘입어 올해에도 작년 수준의 성장이 가능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한양유통이 지난해보다 4개점이 늘어난 59개 점포에서 3천1백억원으로
17%의 매출신장을 기대하고 있으며 LG유통 역시 5개점이 늘어난 55개점포
에서 2천8백55억원에 19%의 성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해태유통의 매출목표는 5개점이 늘어난 65개 점포에서 지난해보다 18.8%
성장한 2천3백50억원. 지난해 부실점포 정리로 52개 점포에서 1천8백80억
원의 매출에 그친 농심가도 올해 8개점을 신설하고 오는 5월 부산시
명륜동에 디스카운트스토어인 메가마켓을 개장하는 것을 발판으로
작년보다 38% 늘어난 2천6백억원의 매출을 올릴 계획이다.

수퍼업계의 올해 경영전략의 특징은 할인점에의 진출 등 신규사업을
다각화하는 한편 기존 점포는 내실 위주로 운영하는 등 양면작전을
더욱 구체화시킨다는 것이다.

농심가의 메가마켓을 선두로 해태유통이 서울 명일동과 하남시 등지에
할인점 부지를 물색하고 있으며 LG유통도 성수동 본사부지의 활용방안을
연구중이다.

한양유통은 프랑스의 프로모데스사와 하이퍼마켓을,일본의 세이유그룹
과는 양판점사업을 위한 합작법인 설립을 추진중이며 의류전문점사업에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회사운영에 있어서는 비용요소를 최대한 줄이는 LCO(Low Cost Operation)
의 실현이 가능하도록 포스시스템 등 유통정보화와 물류시스템의 개선에
힘쓰며 무반품제도의 정착,1차식품의 산지구매와 시차구매 등 새로운
상품구매방식을 정착시킬 계획이다.

점포출점에 있어서도 무리한 확장보다는 우량점포의 육성과 경영효율이
떨어지는 지방점포의 활성화등 내실경영이 초점이 되고있다.

<이영훈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1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