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승 < 중앙대 교수 > ]]]

*** 약력/저서 ***

<>1936년생
<>서울대 경제학과 졸
<>미 뉴욕주립대 경제학박사
<>한국은행 조사역
<>중앙대 정경대학장/대학원장
<>금융통화운영위원
<>한국국제경제학회장
<>대통령경제수석 비서관
<>건설부장관
<>(현)중앙대 교수/주택공사 이사장
<>저서 : ''경제발전론'' ''한국경제성장론'' ''한국경제정책론'' 등 다수

=======================================================================

GNP규모로 본 우리나라의 경제력은 세계에서 열다섯번째이다.

2020년에 가서는 한국이 일곱번째의 경제대국이 될 것이라고 세계은행이
예측한바 있다.

한국은 세계에서 다섯번째의 자동차 생산국이며 반도체분야에서는 세계
정상을 차지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마음놓고 기차도 탈수 없고 안심하고 물을 마실수도 없는
세상을 살고 있다.

그리고 우리가 만든 다리는 20년도 채 못되어 무너지고 우리가 짓는 집은
30년도 안되어 재건축해야 하는 판이니 이 어찌된 일인가.

이것이 양의 풍요속에 질의 빈곤으로 집약되는 오늘날 한국경제의 자화상
이다.

=======================================================================

마르크스의 자본주의에 대한 진단은 이미 죽었지만 그가 원용한 변증법적
발전과정에서 양과 질의 상호작용에 의한 발전과정은 지금 우리가 경청할
만한 것이다.

발전의 초기는 양의 팽창으로 주도 되지만 이것이 어느 수준에 이르면
질의 변화, 즉 구조변화를 유발하게 되며 질변화가 성숙되면 다시 양의
변화를 유발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이행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면 발전은 그 선에서 정지
할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한국경제의 발전은 양주도적인 것이었다.

말하자면 배불리 먹는것이 목적이었다.

그래서 성장목표는 완전고용이었으며 실업노동력에 일감을 주는데서
경제성장이 나왔던 것이다.

이제 이러한 양의 시대는 지났다.

배를 채우는 것이 경제발전의 내용이 되는 시대가 아니며 경제성장은
이제 고용증대가 아니라 고용의 질심화, 즉 생산성향상에서 나오는 시대가
된것이다.

이에따라 경제의 모든 가치기준이나 정책기준도 질중심으로 바뀌어야
하는 시점에 온것인데 이러한 이행이 제대로 되지 않기 때문에 오늘날
어처구니 없는 일들이 여기저기서 터지고 있는 것이다.

질경제시대로의 이행관계에서 경제발전에 최대 걸림돌이 되는 것은 교통
주택 환경 도시문제등, 이른바 사회간접자본의 부족이다.

우선 국민욕구가 기본수요형에서 편익 향락형으로 바뀌게 되는데 그렇게
되면 교통 주택 환경 의료 교육 여가등 SOC(사회간접자본)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게 마련이다.

이로 인한 SOC 부족은 경제발전을 제동하게 되고 이 문제해결을 위해
SOC에 투자를 집중하게 되면 투자의 성장효율이 떨어지고 제조업이 공동화
하여 성장감속이 불가피하게 된다.

그래서 이 단계에서는 국토공간의 효율적 배치문제와 SOC에 대한 효율적
투자관리정책이 결정적인 중요성을 가지게 마련인데 지금 우리가 그 시점에
서있는 것이다.

질경제시대의 최대문제가 SOC 부문이라 하였는데 SOC문제해결의 핵심과제는
국토공간의 균형적발전, 더 좁게 말해서 도시과밀집중문제를 해소하는
것이다.

현재 남한 총인구의 약40%가 서울과 그 주변도시를 합한 이른바 서울권에서
살고 있으며 약 10%는 부산권에서 살고 있다.

그래서 전체인구의 절반이 경부축에 집중되어 있는데 이러한 현상은
싱가포르와 같은 도시국가를 빼놓고는 유례가 없는 일이다.

그리하여 우리나라의 국토배치는 경부축은 과밀집중되고 춘천과 광주를
잇는 춘광축은 과소하여 이른바 X자형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다.

이러한 불균형은 양주도적 성장정책이 빚어낸 결과였다.

구체적인 사례로 필자가 정부에 복직하고 있을때 지방청에 가본일이 있는데
20여명에 이르는 간부직원중 한두사람을 빼놓고는 모두 집을 서울에 두고
있었다.

이러한 나라가 또 어디 있는가.

우리 경제가 당면한 근본문제들이 여기서 진원되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한해 우리나라 인구는 약 60만명이 늘고 있는데 서울권에서 50여만명,
그리고 나머지는 부산권에서 느는 것이다.

이 두지역을 뺀 나머지 지역에서는 인구가 전혀 늘지않고 있다는 계산이다.

두 도시에서 늘어나는 60만의 인구는 매년 15만채의 새집을 필요로 하고
15만대의 차량을 두 도시에 부어넣고 있는 것이니 이러한 인구집중을 그대로
방치한채 집을 새로 지어서 주택문제를 해결하고 도로를 뚫어서 교통문제를
해결할수 있겠는가.

지방에서는 빈집이 수두룩하고 학교들이 텅텅 비어가는데 대도시에서는
학교가 모자라 엄청난 투자를 계속하고 있으니 이 무슨 낭비인가.

그런데 우리나라의 후진적인 집단이기주의는 이 문제의 해결을 어렵게
하고 있다.

후진적이라 함은 아직도 인구와 산업이 계속 집중되어야 그 지역이 잘살게
된다는 그릇된 의식구조를 말한다.

미국의 경우 산업이 집중되었던 디트로이트지방이 빈민지역화하고
청정지역이었던 서부지역이 살기좋은 곳이 되고있는 사실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질경제시대에 들어서면 생산지따로, 주거지따로가 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이런점에서 당면한 SOC문제의 해결은 경부권의 과밀집중방지와 국토균형
발전을 위한 노력으로부터 시작해야 한다.

이러한 노력의 필요성은 누구나 공감하는 일이지만 그 실천은 대통령의
강력한 결단과 추진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지역발전에 대한 후진적인 의식구조를 고치기도 어렵고 이로인한 집단
이기주의의 저항을 극복하기도 어려울뿐 아니라 산업정책 교육정책 문화
정책등 종합적인 개혁노력이 없이는 이문제 해결이 공전될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까지 이 문제가 해결은 커녕 눈덩이처럼 커지기만 해온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본다면 영종도 아산 부산등을 거점으로 하는 현행 국토개발
계획은 많은 수정보완이 가해져야 할것이다.

미시적으로는 충분한 타당성이 있지만 거시적으로 보면 그것이 경부축의
과밀을 오히려 가중시켜 장기적으로는 국민생활향상이나 국가경제발전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요인이 많기 때문이다.

<<< 계 속 ... >>>

(한국경제신문 1995년 1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