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해년의 새해가 밝았다.

신년이 되면 누구나 지난해에 있었던 일들을 되돌아 보고 한해동안
할일을 설계하게 마련이다.

알뜰한 가정주부라면 지난해의 가계부를 정리하여 새해의 수입.지출규모를
그려보고 내집 마련의 꿈에 부풀어 봄직도 하다.

새해에 한해의 계획을 짜는 것은 비단 개인만이 아니라 기업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기업은 많은 사람이 모여 일하는 곳이기 때문에 각 구성원들의 힘을 한
곳에 모이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사업계획을 세워 전임직원에게 이를
알리고 협조를 구해야 한다.

따라서 회사마다 각 사업부서에서 제출한 투자계획과 예상매출액을
바탕으로 종합적인 경영계획을 수립하고,새 사업연도를 맞아 이를
사내외에 발표하는 것이 보통이다.

우리나라는 회사들의 결산기가 12월에 집중되어 있으므로 대다수의
회사들이 새해와 함께 새로운 사업연도를 맞았다.

따라서 연초에는 주요기업들의 신년설계와 사업구상을 많이 접할수
있다.

회사에 따라서는 향후 몇년간의 중장기 경영계획을 함께 발표하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이같은 회사의 경영계획은 투자자들에게 매우 유용한 정보원이
될수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첫째,경영계획은 기업의 내부사정과 관련정보를 가장 남 이 알고 있는
회사의 경영자가 자신의 사업의욕을 담아 만든 것이기 때문에 증권시장에
단편적으로 떠도는 풍문과는 비교할수 없는 고급정보라 할수 있다.

둘째,경영계획은 기업의 미래가치를 어느정도 반영하기 때문에 재무제표
가 갖는 정보의 단점을 보완해준다.

일반적으로 기업의 현황을 가장 손쉽게 파악할수 있는 자료는 해당기업의
재무제표라고 할수 있지만,재무제표는 이미 발생한 과거의 사건만을
나타낼뿐 기업의 미래가치를 반영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

예를 들어,해외유전개발에 성공하거나 수익성 높은 대형고사를 수주
하더라도, 이것이 수익으로 실현되어 제무제표에 반영되기까지는 상당한
기간이 소요되므로 해당연도의 재무제표에는 거의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물론 중요한 정보는 매스컴을 통해 일반에 알려져 수시로 증권시장에
반영되기도 하지만,개인이 여러 회사의 수많은 정보를 개별적으로
수집하여 이들이 회사의 경영실적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기업의 중장기 경영계획에는 이러한 정보가 종합적으로 반영되어
나타나크로 해당회사의 장래 모습을 손쉽게 그려볼수 있는 것이다.

유재권 < 공인회계사.삼일회계법인 >

(한국경제신문 1995년 1월 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