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연초의 여러 공사석 토론에서 새해의 국내문제중 가장 걱정스러운
부문은 지방선거, 물가, 노사관계를 둘러싼 불안정 상황이라 할수 있다.

5일 경영자총협회가 내놓은 조사자료를 보면 노사관계의 불안 가능성은
더 짙게 부각된다.

50대 그룹의 인사.노무 담당임원을 대상으로 한 경총 설문조사에서 올해
노사관계가 지난해 보다 더 불안하다는 응답은 64%로서 안정되리라는 14%를
압도하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지난해부터 노.사.정이 공히 뜨거운 감자로 불씨를 삭이지
못한채 안고 넘어온 핵심 현안은 제2노총 설립이다.

일부 노동계 요구대로 현 한국노총외에 별개의 노총을 더 만들어 노동계가
양분될 경우 산업현장이 훨씬 혼란스러워질 것은 불을 보듯 뻔한 노릇이다.

경총조사에서도 최대의 불안 요인으로 이점이 지적됐다.

그러나 올 노사관계가 어느해보다 어려운 이유는 지방선거와 경제안정
두 과제가 모두 노사관계와 깊게 맞물려 상승작용을 할 위험성을 내포한데
있다.

5,000여 공직을 선출하는 통합 지방선거의 자장이 워낙 넓어 많은 인원이
움직이기 때문에 아무리 규제를 잘 한다 해도 많은 자금이 풀리고 소비성
분위기가 조성되는 것을 피할수 없다.

그렇지 않아도 경기는 계속 확대되며 외자유입에 의한 통화팽창의 개연성
마저 짙다.

여기에 수반되는 물가불안 심리에다 성장지속에서 오는 분배 기대심리가
가세하게 되면 노측의 요구수준은 턱없이 높아지리라는 추측이 무성해지고
있는 것이다.

이미 연초들어 대중식음료등 주로 근로자 생활물가가 들먹이고 있고
그 밖에 일부 원자재값 강세로 생산원가 상승 또한 우려되는 형편이다.

다행히 당국이 오른 가격의 환원조치를 포함한 적극책을 공언하고 있고
대통령도 연두회견에서 땅값을 포함한 가격안정 기조유지에 단호한 결의를
표명했으니만큼 얼마큼은 숨을 돌릴수 있으리라 기대된다.

자유경제에서 시장실패가 반복되는 원인을 찾아보면 대중의 심리가 가장
큰 변수중의 하나다.

일부 악의에 찬 이익추구 행위와 함께 상호불신에서 오는 불안심리의
상호작용이 실패의 큰 몫을 차지하리라 본다.

이는 비단 물가문제에서뿐 아니라 원만한 노사관계 유지에서도 같다.

그 가운데도 가장 심각한 일면은 국내 노동운동이 아직도 이데올로기와의
연관을 단절치 못하고 사회안정과 국가안보에 대한 고의적, 미필적 위해를
무릅쓰고 있다는 의구다.

노사관계의 불안우려를 진화할 지혜와 노력이 절실하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월 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