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김영삼대통령은 연두기자회견을 통해 부동산거래실명제를 실시하겠다고
발표했다.

사실 부동산거래실명제의 실시문제는 금융실명제가 실시되고 나서 그동안
꾸준히 주장되어온 것이다.

그런데 부동산거래실명제는 그 실시의 발표와 관계없이 부동산거래의
본질상 당위적인 것이다.

다시말하면 부동산거래는 실제거래관계의 내용이 진실 그대로 등기부
대장등의 공적장부에 공시되어야할 당위적인 것이지, 실명제를 실시하겠다고
해서 새삼스럽게 과제로 삼을 사안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동산거래실명제를 실시하겠다고 발표한 것은 그동안
부동산거래가 비실명으로 거래되어 왔고, 따라서 부동산거래가 진실 그대로
공시되어야할 공적장부에 거래사실과는 다르게 공시되어 온데다 비실명의
거래및 공시가 사회악인 부동산투기의 합법적 방법으로 이용되어 왔으며,
그러한 비실명 거래의 유효성이 특히 판례에 의하여 인정되어 왔기 때문
이다.

그런데 일반적으로는 부동산거래실명제를 금융실명제와 동일한 내용으로
이해하고 있는 것 같으나 이는 잘못이 있다고 생각된다.

금융실명제에 있어서는 금융거래자가 실질명의로 행할 것을 내용으로
하지만, 부동산거래실명제는 실제거래자의 명의를 등기부 대장등의
공적장부에 기재할 것을 요구하는 것, 즉 명의신탁등기를 하지 못하게
하는 것만이 아니라 매매 또는 증여와 같이 부동산거래를 하게된 원인을
진실 그대로 등기부에 공시하는 것은 물론 부동산거래과정을 하나도
빠짐없이 등기부에 그대로 기재할 것과 부동산거래가격을 진실 그대로
공적으로 표시할 것도 그 내용으로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 논의되고 있는 부동산거래실명제의 내용은 차명으로 거래하고
차명으로 등기하는 명의신탁을 없애는 것에만 한정되고 있는 것같다.

부동산거래가 실명으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다.

무엇보다도 우리 판례가 명예신탁이 유효성을 폭넓게 인정하고 있고,
부동산특별조치법에서 탈세 탈법 투기목적의 명의신탁을 금지하고 있으나
그 법규정을 단속규정으로 판결하고 있으며, 등기의 진실을 보장하는
등기원인서면에 대해서 형식적인 검인만을 받게하고 공증제도를 실시하지
않고 있으며, 종합토지세를 실시하면서 세율은 그대로 둔채 과표만을
현실화하는 조치를 취함으로써 절세를 위하여 타인명의로 등기를 하게 하는
동기를 부여하고 있으며, 가등기담보법에서는 등기부상 진정한 가등기,
매매로 인한 본등기인지 담보목적의 가등기 또는 본등기인지 구분하여
등기하지 않아도 어느 때나 유효하다고 하는등 비실명거래의 유효성을
인정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부동산거래의 실명제 실시는 당위적인 과제이며 실명제 실시의 근본적인
방법은 등기원인서면에 대한 공증제도의 확립이라 생각된다.

그리고 부동산세제, 법내재적으로 비실명등기의 유효성을 인정하는 법률의
개정, 명의신탁의 유효성을 인정하는 판례의 변경등 다각적으로 모색되어야
할 것이다.

단순히 명의신탁등기의 유효성을 부인하면서 명의신탁등기를 한 자를 처벌
하는 것은 부동산거래실명제 실시를 위한 하나의 방법은 될수 있지만
근본적이고 종합적인 해결책은 될수 없다고 본다.

부동산거래실명제 실시를 위해서는 충분한 시간을 두고 비실명거래를
가능케 했던 원인에 대한 분석을 면밀히 한 다음 근본적이고 종합적인
방안을 강구해야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월 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