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욕 : 박영배 < 특파원 > ]]]

북한의 개방을 논의하기는 아직 이르다는게 이곳 전문가들의 공통된 시각
이다.

아직까지는 회의적인 반응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필연적으로 개방할 수 밖에 없는 몇가지 조짐들이 나타나고 있다.

그중 가장 첫번째로 꼽히는게 북한과 미국간에 체결된 핵문제 기본합의서
이다.

이 기본합의서가 발효되면서 북한의 개방이 다소 빨라질 것으로 기대하는
것이다.

특히 이번 협상에 관여했던 미국관리들은 앞으로의 북한변화에 대해서
상당히 긍정적이다.

북한은 김일성 사후 어쩔수 없이 정치경제적인 변혁기를 맞고 있는데 기본
합의서 이행과정에서 이 변혁의 속도가 가속화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중 가장 큰 예로 합의서상의 40억달러 규모에 이르는 경수로 건설을
들고 있다.

합의서를 보면 경수로의 재원조달과 공급을 위해 국제 컨소시엄을 구성
하고 4월 이전에 공급계약을 체결하도록 돼 있다.

컨소시엄에는 한국과 미국은 물론 영국 캐나다 중국 일본 러시아 호주 등
10여개국이 참여하게 된다.

바로 이 점이 폐쇄된 북한사회개방에 큰 기여를 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더욱이 경수로 건설기간도 10년이어서 개방의 바람을 불어넣기에 충분하다
는 것이다.

또 하나의 개방조짐으로 피폐된 북한경제를 들수 있다.

지금 북한은 마이너스 성장이 지속되면서 파산직전에 몰려 있다.

따라서 북한경제를 되살리기 위해서는 외국의 자본과 기술을 들여오고
그들 역시 외국으로 빠져 나가 돌파구를 찾아야 할 입장이다.

이렇게 외국과 인적 물적인 교류가 이뤄지면 자연히 굳게 닫혔던 빗장도
서서히 열릴 것으로 전망된다.

컬럼비아대학 한국학연구소 린턴박사는 "과거에는 김일성이라는 카리스마가
있어 체제유지가 경제문제를 압도했으나 앞으로는 상황이 달라질 것"이라고
말한다.

이제는 당면한 경제문제해결이 국가 제일의 지상과제가 됐다는 것이다.

빈곤을 해결하지 않고는 체제를 유지할 수 없고 김정일체제유지를 위해서는
불가피하게 개방으로 돌파구를 마련하는 수순을 밟을수 밖에 없다는 의견이
대부분이다.

현재 진행중인 두만강개발계획도 북한의 개방에 기여하고 있다.

이 지역개발은 유엔개발계획(UNDP)아래 추진되고 있다.

여기에 참여하는 국가들은 북한 중국 러시아 등 인접국과 한국 일본 몽골
등 동북아국가들이다.

북한이 아직까지 서방국가와는 담을 쌓고 지닌다고 하지만 중국 러시아와는
어느정도 교류하고 있다.

이런 과정에서 중국의 지속적인 개방/개혁정책, 러시아의 체제변혁이
은연중 북한사회에 배어들어 영향을 줄 것이라는 견해가 많다.

이렇듯 개방을 예고하는 조짐은 많다.

그러나 현실적인 충분조건이 되기엔 미흡하다.

현북한체제가 지속되는한 개방을 한다해도 당분간은 극히 한정된 개방일
것이라는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