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쿄 : 이봉후 < 특파원 > ]]]

북한개방문제와 관련한 일본전문가들의 시각은 대단히 신중한 편이다.

북한이 점진적으로나마 개방정책을 취할 것이란 점은 인정하면서도 개방의
속도나 범위에 대해서는 대단히 완만한 형태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한이 쌍용그룹에 대해 방북과 함께 나진/선봉지역의 자유경제무역지대에
대한 기초조사를 허용했으나 이것도 개방의 급진전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의견이 많다.

경제면에서 크게 뒤져 있는 북한이 한국기업과 기업인들을 받아들이고 이로
인해 한국에 대한 북한주민들의 인식이 바뀌게 될 경우 체제유지문제와도
직결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일본기업들의 북한 진출문제는 북한과 일본간의 국교정상화문제가 해결된
뒤에야 현실적인 움직임이 나타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비록 일본기업들의 북한진출이 이뤄질 경우에도 단시일내에 많은 기업들이
진출하는 상황은 없을 것이란 의견이 주류를 이룬다.

기업이란 기본적으로 이익이 있는 곳이라야 진출을 하는데 경제력이 없는
북한에 진출해 과연 이익을 얻을 것인가에 회의적이기 때문이다.

노무라종합연구소의 북한문제전문가인 모리모토 사토시씨는 "북한이 쌍용
그룹의 기업인들을 받아들인 것은 한국은 물론 일본기업들로서도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러나 북한주민들이 한국의 풍족한 현실을 알게되는 것은
북한정권으로서는 치명적인 위협이기 때문에 개방을 과감히 진전시키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모리모토씨는 과거 한국이 소련과 국교를 수립할 때 한국내에서 시베리아
개발에 대한 기대가 무르익었지만 실제론 별로 이뤄진 것이 없었던 경험을
지적하면서 "북한정권의 개방정책도 그렇지만 한국 일본및 서방기업들의
진출도 대단히 느린 속도로 진행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시게무라 토시 마이니치신문 논설위원은 "개방은 김일성의 유훈이기 때문에
실제로 개방은 진전될 것"이라고 전제하면서도 "다른 서방국들은 북한에
대한 투자에는 관심이 없기 때문에 개방의 상대는 결국 한국기업들이 될 것"
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그러나 "북한당국이 감시원등을 붙여 한국기업인과 일반주민들의 접촉
은 철저히 차단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시게무라씨는 일본기업의 북한진출에 대해서는 "북한과 일본의 국교가
정상화되고 배상금이 지불된다면 자금을 재원으로 하는 사회간접자본건설
등에는 참여하겠지만 공장건설 등의 직접적인 투자는 거의 없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일본의 전문가들은 북한이 제한적이나마 개방을 성공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남북대화및 북미합의실천 등으로 북한에 대한 서방의 우려를 불식
하는 것이 선결과제라는데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