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한 에너지지원을 위한 미국의 1차분 중유 5만t이 조만간 북한에
인도된다.

중유를 실은 화물선의 북한항 입항은 북핵과 관련된 국제적 대북지원의
시작이며 동시에 북한의 개방폭과 국제경협의 의지를 점칠수 있게 하는
시금석이 된다.

한편 북한은 9일 지금까지 금지해온 미국 민간선박의 입항 허용을
포함한 미국물자의 반입제한조치를 이달중순 해제키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이러한 조치는 북한이 지금까지 일관되게 고수해온 대미 금수정책의
일대 방향선회를 의미한다.

북한의 대미접근 의향과 개방의 신호로 읽을수 있는 대목이다.

크게 보아 이번 조치는 몇가지 주목할만한 의미를 갖는다.

첫째는 지난해 10월 타결된 미.북간의 제네바 합의가 일단 예정대로
순조롭게 이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다음은 북한측이 대미 제한완화에 선제를 보임으로써 미국측으로부터도
대북제한 완화를 끌어 낼수 있는 길이 어느정도 트이게 됐다는 점이다.

제네바 협정은 "합의문서명 3개월 이내에 양측은 통신 금융 무역및
투자장애를 해소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3개월의 시한은 오는 21일이다.

따라서 미국측의 상응한 완화조치도 곧 나오지 않을까 보인다.

미.북 쌍방간의 이러한 상호 제한완화조치는 일단 무역 투자등
경제교류의 길을 트는 계기를 마련할수 있을 것이다.

특히 쌍방간의 연락사무소가 교환설치되는등 외교적 통로가 마련되면
교류는 더욱 진전될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만 된다면 북한의 개방은 가속화될 것이며 남북한간의 경협도
점차 촉진될 것이다.

속단이나 성급한 기대는 금물이다.

그러나 북한도 이제는 변화를 모색할 시기가 성숙되었다고 본다.

삼성을 비롯 현대와 LG등 우리측 대기업 투자조사단의 잇단 북한방문
예정소식도 한가닥 변화의 징후일수 있다.

이는 북측이 남북간 경협에 보다 전향적인 자세를 취하기 시작한게
아닌가 하는 기대를 가져보게 만든다.

북한의 개방은 90년 이래 마이너스 성장을 거듭해온 피폐한 경제에
숨통을 터줄 것이다.

그러나 북한의 개방속도와 폭이 어떤 수준에서 진행될 것이냐는 것은
아무도 모른다.

개방은 북한의 입장에서 볼 때 경제회생과 체제유지라는 2중과제와
연관되기 때문에 설사 개방을 한다고 해도 극히 제한적이고 완만할수
밖에 없을 것이다.

인내를 갖고 북의 다음 행보를 지켜보되 계속 신중하고 조심스런
접근이 요망되며 이점 미국측에도 주문하고 싶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