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금융시장이 대혼란 상태로 빠져들고 있다.

멕시코 금융시장의 붕괴,이에 따른 브라질 아르헨티나등 남미증시의
연쇄폭락,유럽외환체제위기 재연,아시아증시침체,미달러가치의 혼조세등
전세계 금융시장이 휘청대고 있다.

러시아정국불안으로 루블화도 연일 떨어지고 있어 미주대륙과 아시아
유럽등 세계경제의 3대축이 동시에 흔들리고 있는 모습이다.

이같은 세계금융시장 불안은 올해들어 본격화되고 있는 세계경제
회복세에 브레이크를 걸 수도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미국등 선진국들의 대대적인 자금지원과 미중앙은행의 시장개입으로
다소 진정되는 기미를 보였던 멕시코경제위기는 10일 더욱 악화됐다.

전날 소폭이나마 회복됐던 페소가치는 이날 다시 곤두박칠쳤고 주가
붕괴는 이어졌다.

이날 페소화는 달러당 5.8페소를 기록,전날보다 0.4페소가 떨어졌다.

이로써 페소가치는 멕시코경제위기가 시작된 지난달 20일이후 약3주일
만에 40%나 곤두박칠졌다.

페소가치 폭락에 따른 물가급등과 그로인한 금리상승,외국자본의
멕시코이탈은 증시에 치명적인 타격을 가하고 있다.

멕시코증시의 IPC지수는 이날 한때 11%나 떨어져 증시가 함몰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을 자아냈다.

정부의 주가지지작전으로 폐장무렵 하락폭이 6.26%로 좁혀졌으나
전날의 6.65%폭락에 이은어 연이틀째의 대폭락세를 기록했다.

이에따라 주가는 올해들어서만도 모두 21%이상 하락했다.

이처럼 증시가 침몰되고 있는 최대이유는 멕시코경제혼란에 위기감을
느낀 외국인 투자자들이 멕시코금융시장에서 물밀듯이 빠져나가고
있어서다.

지난 한달사이에 거의 1백억달러에 달하는 외국인자본이 멕시코에서
이탈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올들어 지난 10일사이에 일부 물가는 40%나 올랐고 시장단기금리는
50%로 두배로 치솟았다.

멕시코정부가 3차례에 걸친 경제위기해소대책을 내놓고 미국 캐나다
일본등 주요선진국들과 국제통화기금(IMF)등 국제금융기관들이 페소가치
안정을 위해 1백80억달러의 거액을 멕시코에 지원하고 있음에도 위기
상황은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지난달초 출범한 세디요 신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감이 상실된데다
연간 2백억달러를 넘고 있는 막대한 경상수지적자가 멕시코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브라질과 아르헨티나의 주가도 멕시코경제위기가 발생한 이후 지금까지
각각 33.6%,27.6%나 급전직하했다.

남미국가중 가장 경제가 안정돼 있는 칠레에서도 주가하락폭이 거의
10%에 이르고 있다.

멕시코경제위기로 신흥증시에 대해 불안감을 느낀 외국인들의 자금회수가
직접적인 이유다.

중남미신흥증시에 대한 미국 일본 유럽등 선진국투자자들의 불안감은
아시아등 다른 신흥증시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

비록 아시아개도국은 남미보다 외채도 적고 경제성장률이 높아 남미증시
에서 처럼 외국자본이 대거 이탈되는 사태가 발생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멕시코사태를 교훈삼아 신흥증시에 대한 투자를 꺼리게 될
여지는 있다.

아시아증시는 올들어 미금리인상전망으로 약세권에 빠져 있다.

중국 싱가포르 인도 대만 필리핀 호주등 거의 모든 아시아증시의
주가가 예외없이 하락일변도이다.

일본과 홍콩등 일부국가만이 상승세를 타고 있지만 주가추진력이 약하고
수시로 등락이 교차되는 불안정한 모습이다.

최근 중국과 싱가포르 인도주가하락폭은 5%에 달하고 인도 대만 필리핀
호주증시의 주가는 금주들어 연일 떨어졌다.

유럽대륙에서는 지난 92년과 93년 두차례에 걸쳐 금융시장을 뒤흔들었던
환율위기가 재연되고 있다.

작년말부터 독일 마르크화에 대해 떨어지기 시작한 이탈리아 리라와
스페인 페세타 가치는 사상최저로 떨어졌다.

지난해말 베르스코니총리 사임이후 약세를 면치 못해온 리라는 10일
마르크당 1천62리라로 전날보다 10리라가 떨어졌다.

페세타도 스페인정국불안으로 이날 하룻동안 1.75% 폭락,마르크당
87.85페세타까지 내려갔다.

리라및 페세타의 폭락은 환율안정장치인 유럽환율체제(ERM)에 심각한
위협이다.

92년 ERM위기때처럼 일부 국가가 ERM에서 탈퇴하는 사태가 빚어지고
유럽외환시장이 뒤죽박죽이 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높다.

ERM의 불안은 97년이 목표연도인 유럽단일통화제 실시를 불가능하게
만들수도 있다.

유럽시장에서의 독일 마르크화강세는 달러약세를 초래,연초 달러당
1.56마르크에 이르던 달러가치가 지금은 1.53마르크로 떨어져있다.

달러는 그러나 페소화등 중남미 통화들에 대해서는 기록적인 강세를
보이고 있어 통화별로 극심한 등락을 겪고 있다.

작년말에 다소 안정되는 기미를 보였던 러시아의 루블화가치도 최근
다시 폭락세로 반전돼,지난해 10월 발생했던 루블화의 위기가 재연되고
있다.

이같은 세계적인 금융시장혼란은 세계경제에 마이너스가 될 것임이
분명하다.

중남미와 유럽 러시아경우 통화가치회복과 인플레억제를 위해 금리인상에
본격 나서면 경기회복속도가 크게 둔화 될 것이다.

또 증시침체기미가 나타나고 있는 아시아에서는 기업들의 자금조달에
애로가 생기면서 역시 경제성장에 제동을 걸수 있다.

멕시코경제위기와 세계적인 증시침체기조,유럽의 환율불안등 세계금융시장
불안이 국제적인 시장안정노력에 힘입어 조만간 진정될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후유증은 상당히 오래가면서 세계경제에 암운을 드리울 것으로
우려된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