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민사지법 합의15부는 11일 지난 92년 자살한 한국상업은행 전명동
지점장 이희도씨에게 대출서류와 어음을 맡겼다가 이씨가 대출을 받아 유용
하는 바람에 피해를 입은 희성철강공업(주)이 상업은행을 상대로 낸
채무부존재확인소송에서 "이씨가 유용한 50여억원은 희성철강의 채무"라며
상업은행에 승소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평소 이씨와 대출관계를 맺었던 희성철강이 이씨의
요청에 따라 긴급대출서류와 백지어음을 빌려줬고 이씨가 적법한 절차에
따라 상업은행에서 대출을 받은 만큼 대출 자체에 대한 책임은 희성철강이
져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이씨가 대출한 돈 50억원을 개인적으로 유용한 CD(양도성예금
증서)의 상환자금으로 충당한 것은 사실이나 희성철강이 대출서류등을 맡긴
것은 대출금수령권도 준 것으로 봐야 하기 때문에 유용여부와 관계없이
50억원은 희성철강이 상업은행에 갚아야 할 채무"라고 덧붙였다.

< 고기완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1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