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민자당총재인 김영삼대통령과 김종필대표가 청와대에서 극비
오찬회동을 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됨으로써 정가에서는 김대통령이 어떤
표현으로든 김대표의 명예퇴진을 거론했을 것으로 보면서 김대표의 대응쪽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민자당내에서는 공을 넘겨받은 김대표가 취할 선택에 대해서는 소속 계파에
따라 상이한 시각차를 노정하고 있다.

그러나 대체적으로는 김대표가 <>14대 국회기간중에는 총재상임고문으로
있다 15대에 국회의장등을 맡는 소위 명예퇴진 <>정계은퇴 <>백의종군-
탈당중에서 한 길을 택할 것으로 보고있다.

민주계측은 명예퇴진쪽을 택할 것으로 기대반 전망하는 것 같고 공화계측은
당분간 백의종군하다 기회가 닿을때 탈당까지 감행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치고 있다.

탈당의 경우 신당창당으로 이어질 것으로 관측되고 있는데 신당창당이
되더라도 그 시기는 내년 4월의 15대총선 전후가 될것이라는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설령 JP가 조기탈당을 감행하더라도 여권체질에 젖어있는 그의 지지그룹중
동반탈당하는 인사는 많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최대계파인 민정계는 관망하는 가운데 여러 가능성을 점치고는 있으나
만약의 경우 어떻게 할것인지에 대해서는 함구하고 있다.

하여튼 김대표는 오는 19일께의 청와대회동에서 어떤 답을 내놓아야 하는
입장이다.

이날 회동의 결과는 경우에 따라서는 여권에 엄청난 파장을 몰고올 가능성
도 없지 않다.

김대표는 청와대 비밀회동후 부여출신 전직공무원모임인 "백강회"
"6.25참전동우회"등의 모임에 참석, 의회민주주의의 정착을 위해 앞으로도
계속 노력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는등 회동전보다 오히려 자신의 존재를
알리는 발언을 계속해 왔다.

그는 이미 회동을 전후해 "결심이 섰다" "나가라고 해서 나갈 나도 아니고
나갈때가 되면 붙들어도 나간다"는등의 표현으로 뭔가 복안이 있음을 시사
하기도 했다.

비밀회동이 확인된 12일에도 김대표는 비교적 담담한 표정으로 기자들과
만나 청와대회동의 구체적 내용에 대해서는 일절 입을 열지 않았으나
자신의 정치적 소신을 강력히 피력했다.

청와대측이 회동사실이 누설된데 의혹의 눈길을 보내는데 대해서도
적반하장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김대표는 또 "새 제도를 만든다고 되는게 아니고 정치인들이 의식을 똑바로
가다듬어 의회민주주의를 생활화시켜야 한다"고 강조, 국회가 무력화
되다시피한 정국운영에 우회적으로 불만을 토로하면서 민자당의 체제개편에
대해서도 별 의미를 두지 않는다는 입장을 표했다.

"회동후 조금 변한것 같다"는 지적에 김대표는 변한 것도 없고 변화할
이유도 없는데 제대로 보지도 않고 작문들 좀 하지마시오"라면서 "지켜볼
일이 있기 때문에 입장표명을 기다리고 있다"고 분명히 해 김대통령과
한두가지 아직 분명히 하지 못한 것이 있음을 시사했다.

< 박정호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1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