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봉균총리행정조정실장은 14일 "앞으로 경제부처와 비경제부처간의
업무조정은 주로 비경제부처의 다른 의견을 수렴해 경제부처들의 입장
을 조정하는 방식으로 처리해나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강실장은 이날 기자들과 오찬간담회를 갖고 "기획원차관시절 차관회
의를 주재할때는 비경제부처의 의견을 수렴하는데 인색했던것은 사실이
지만 이제 총리를 보좌하게된만큼 업무처리방식이 달라져야하지 않겠느
냐"면서 "앞으로 차관회의는 비경제부처에 보다 무게를 둘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강실장은 "경제부처간의 의견은 재정경제원이 주재하는 경제차관회의
에서 조정토록하겠다"고 밝혀 가급적 경제문제에는 간여하지않을 생각임
을 밝히면서도"사안에 따라 필요하다면 각부처 차관을 총리실로 바로 호
출하겠다"는 단호한 입장을 보여 뒷전에 물러나있지만은 않겠다는 뜻을
비쳤다.

부동산실명제와 관련,강실장은 "지난해10월말 김영삼대통령께서 홍재
형부총리께 직접 지시해 기획원 재무부 국세청 법부무등 관련부처 실무
자들이 팀을구성,11월부터 밀실작업을 해왔었으며 12월에 이미 시안을
마련해놓았다"고 소개했다.

강실장은 "부동산실명제는 금융실명제와는 달리 문제를 먼저 제기한후
여론을 수렴한다는 방침아래 당초에는 새해 경제부처 청와대 업무보고때
공식 거론할 예정이었으나 대통령연두회견에서 답변형식으로 제기됐던것"이
라고 뒷이야기를 전했다.

강실장은 "청와대 보고에 앞서 지난7일 홍부총리가 이홍구총리에게 보
고하는 자리에서 7월실시사실을 처음 들었다"고 밝히면서 "토지전산망이
가동되더라도 이사율도 높고 부동산거래도 많은 현실을 감안할때 부동산
보유 변동상황이 그때그때 바로 입력되지않으면 실명제관리를 과연 효율
적으로 할수있겠느냐는 의문점은 있다"며 경제관료출신답게 문제점을 지
적했다.

강실장은 또 "앞으로 공청회가 열리면 공법학자들과는 달리 계약자유원
칙을강조하는 민법학자들은 상당한 반대의견을 제시할것으로 본다"고 말해
입법과정에서 진통이 적지않을것임을 시사했다.

강실장은 한이헌경제수석과는 관계가 원만하냐는 질문에 대해 "기획국
장은 내가 1년먼저 됐지만 한수석과는 친밀한관계(friendly)"라고 밝혔다.

강실장은 또 공보처가 청와대 업무보고때 밝힌 세계화지표에 대해서는
"경제나 사회 정치 모두 우리의 약점은 이러이러한데 장점이 이런것이 있
으므로앞으로 발전할수있다는 차원으로 접근해서 근본적으로 손질하려했는
데 협의시간이 짧아 그러질못했다"고 공보처에 대해 다소 불만을 표명하기
도했다.

강실장은 "이제까지 국무회의도 그랬지만 차관회의도 법률안과 보고안건
을 논의하는 수준에 머물러 효율성이라는 면에서 문제가 있었다"면서 "앞
으로 여러부처가 관련된 사안은 총리실에서 직접 심의안건으로 회의에 상
정해 정책토의를 유도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강실장은 "앞으로 이총리가 참석하는 자리라도 내가 할일이 없으면 가급
적배석하지않겠다"고 말해 형식보다는 실질위주로 일하겠다는 의사를 분명
히했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