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 당시 신군부가 대리권도 위임받지 않은 변호사를 멋대로 내세워 재
산헌납자들 몰래 "재산을 헌납한다"는 내용의 화해조서 34건을 작성한 것
은 80년 8월 1일,10월 2일,11월 26일등 3일이었으며 특히 10월2일에 무려
28건이 무더기로 처리된 것으로 밝혀졌다.

14일 본사가 입수한 화해조서에 따르면 김종필 민자당대표와 이후락 전
중앙정보부장 박종규 전청와대경호실장,이세호씨등 거물정치인 4명의 부
동산등 재산이 8월 1일 오전 11시 서울민사지법 302호 심문실에서 가장 먼
저화해조서 작성방법으로 몰수된 것으로 드러났다.

또 10월 2일에는 오후 2시와 4시 두차례에 걸쳐 28건이 처리됐으며13일
승소한 박영록신민당최고위원 사건도 이때 처리된 것으로 밝혀졌다.

이날 화해조서가 작성된 것으로 된 정치인은 김정류 전대통령비서실장,
구자춘 전서울시장,송원영,고흥문 전의원등이 포함돼있다.

이와함께 11월26일 오전 11시 서울민사지법 합의16부 판사실에서는 이석
봉씨,홍대건씨의 조서를 박영록씨의 대리인역할을 했던 이원무변호사가 판
사의 입회하에 작성한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김종필대표와 이후락씨,박종규,이세호씨등의 화해조서에는 다른 화
해조서와는 달리 서울지검검사와 재무부직원이 소송수행자로 적시됐다가 서
울지검검사와 재무부직원이라는 직함 부분이 사인펜으로 지워지고 정정도장
이 찍혀있는것으로 확인돼 당시 공무원들이 자신의 신분노출을 가능한한 피
하려 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편 이 화해조서가 작성될 당시 담당판사였던 C모씨와 S모씨는 현재 변
호사로 활동중인데 이원무변호사가 대리권이 없는 변호사인지 여부를 당일
날 알았는지가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한편 대리권없이 박영록씨의 사건 변호사로 나섰던 이원무변호사(법무관
출신)는 한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당시 보안사의 요구에 따라 34건의
재산헌납당사자들을 만나지도 못한 채 소송을 대리했고,당시엔 누구라도 보
안사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기완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1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