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어김없이 찾아온 입시한파속에서 대입지망생들은 이틀이나
지옥고를 치렀다.

대학입시제도,특히 본고사실시가 초.중.고교교육을 얼마나 왜곡시키고
젊은이들의 인성을 얼마나 황폐케 하고 대학교육을 얼마나 불모로
만드느냐 하는데 대해 새삼 논의할 필요조차 없다.

다만 한가지 최근에 밝혀진 충격적인 사실은 그대로 넘어갈수 없다.

서울대는 수능시험점수가 가장 높은 학생들이 입학했고 교육시설및
내용도 가장 좋음은 대학평가에서도 입증되고 있다.

그런데 그같은 재질을 갖고 이같이 좋은 교육환경에서 공부한 서울대졸업생
을 기업이 기피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이는 비단 서울대관계자에게만 충격적인 것이 아니다.

입시.교육의 역기능이 서울대에서부터 드러나기 시작한 것이고
억울한 일일지는 모르지만 기업은 사람을 옳게 보고 제대로 고르고
있는 것이다.

민족장래를 어둡게 하는 현행 입시제도는 뿌리째 개혁되어야 한다.

그리고 대학별 본고사폐지가 문제해결에 결정적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필자 판단으로는 모든 대학이 내신과 수능시험성적만으로 자격있는
학생을 충분히 뽑을수 있다.

모든 대학은 입시기록과 재학시 학업성적기록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출신교별로 입시종합평균점 합격자종합평균점 재학시 학업성적평균점
을 어렵지 않게 산출할수 있다.

이들 점수들을 적절히 가중평균하면 고교별평점을 얻을수 있다.

한편 내신성적등급을 지금처럼 10등급으로 쪼개 묶을 것이 아니라
문과 360명중 3등,이과 400명중 1등 하는 식으로 개인석차를 내는
방법을 생각해 볼수 있다.

학교별 평점과 개인석차를 종합하면 A고교 1등은 B고교 13등,C고교
37등과 같다는 식으로 순위를 정할수 있어 이를 기준으로 선발하면
된다.

본고사를 폐지하면 본고사 평균점수 (이는 5년 평균치가 좋다)는
4년동안만 잠정적으로 이용하고 본고사없이 입학한 학생들의 재학4년간
성적평균이 나올 4년후에는 재학성적을 유일한 대학측 참고자료로
삼는다.

한편 대학에서는 학점 잘 주는 교수에게 학생이 몰림으로써 성적이
제대로 평가되지 못하는 것을 막기위하여 엄격하게 상대평가제를
실시해야 한다.

가능하면 클래스 사이즈도 최소 몇명이상 최대 몇명이하로 적정화하여
상대평가를 제대로 할수 있게 해야 한다.

그리고 지금처럼 A학점 20%,B학점 30%로 폭을 넓게 주지말고 A +
는 7%, A 0 는 6%, A - 는 7%라는 식으로 엄격히 평가하도록 해야한다.

학생들은 학점으로 평가되는 학업성취가 자신뿐아니라 모교의 명예,후배들
의 진학에 결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것을 알게되어 한편으로는 꽤
열심히 공부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교수들의 학점평가에 신경을 곤두세울
것이다.

그결과 교수도 답안지를 선풍기로 날려 제일 덜 날아간것에 A학점을
준다는 식의 허위비방은 듣고싶어도 못들을 만큼 엄정히 채점할
것이다.

문제는 1,700개가 넘는 전국고교중 지금껏 소위 명문대에 한사람도
합격자를 내지 못한 고교가 1,000개가 훨씬 넘는데 그런 학교 졸업생을
입시에서 어떻게 평가하느냐 하는 것이다.

입학생이 없으니 재학시 학업성적평균이 있을리 없다.

또 입시평균성적은 다빈치같은 천재를 파천황적으로 배출했더라도
선배들의 나쁜 성적때문에 그는 2류대학으로 갈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럴경우 수능성적과 내신성적이외에도 면접시험을 강화하여 대학책임하에
입학시켜야 한다.

결과적으로 입학생의 질이 본고사를 치를때보다 들쭉날쭉 하겠지만
이는 교수가 4년간 교육을 통해 바로잡아 주어야 한다.

상대평가와 교육강화등 고생하게되는 것은 대학교수이지만 젊은이들은
입시지옥에서 반쯤은 해방되어 고전도 읽고 봉사활동도 할수 있게된다.

적어도 남을 물에 빠뜨려야 자기가 합격할수 있다는 해타적 점수벌레는
되지 않게 할수 있을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