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신예금자금이 국내금융시장에서 태풍의 눈으로 등장했다.

가뜩이나 정부에서 통화긴축을 표방한 마당에 13일 금융기관에
예치했던 체신자금이 무더기로 인출되며 시중금리폭등과 함께 주가폭락을
몰고온 것이다.

체신예금은 일반인들이 우체국에 저축해둔 자금이다.

이자금은 현재 정보통신부에서 운용하고 있으며 정부의 공공자금관리기금에
편입된 2조원을 포함해 모두 5조원선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중 4천54억원이 13일 하루만에 금융기관을 통해 빠져나가면서
자금시장을 강타했다.

기관별 인출규모는 은행권의 2천60억원과 투신사 1천3백24억원,종금사
6백70억원등이다.

이처럼 대규모자금이 움직인 원인은 바로 회계상의 연말결산때문이다.

통신사업특별회계의 세입과 세출을 다음해1월15일 결산하게 되는데
쓰지않은 예산등을 포함해 4천9백15억원을 국고(한은)에 넣어야
했다는게 정보통신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관계자는 14일엔 각우체국에서 들어오는 수입이 많아 금융기관
예치자금을 인출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또 연말결산이 아니더라도 체신예금이 뭉터기로 움직이곤 했었다.

매일 체신예금의 입출금상황에 따라 자금이 남으면 금융기관에 예치하고
모자라면 인출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작년10월에도 4천억원가량의 체신예금이 금융기관을 이탈해
자금사정을 위축시키기도 했었다.

체신예금규모가 작던 시절엔 하루입출금규모가 1천억원수준으로
미미했으나 최근들어 예금규모가 불어나면서 2천억~3천억원씩의
자금이 움직이게 됐다는 것이다.

이번 체신예금자금 인출사태는 전반적인 금융긴축상황과 맞물려
불거진 현상이라고는 하지만 앞으로도 금융시장을 강타할 소지는
다분하다는 얘기다.

따라서 체신예금자금의 전반적인 운영체계에 대한 재점검은 물론
보다 철저한 관리가 이뤄져야 한다는게 금융관계자들의 지적이다.

< 손희식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1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