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라운드 공이 울렸다. 사각의 링에 마주선 PC와 TV의 눈에서 불꽃이 튀기
시작한다. 멀티미디어배 차세대영상기기 결승전의 승자는 누가 될 것인가.
관람석에 자리한 작업복 차림의 엔지니어들이 열광의 도가니에 빠져든다"

이것은 가상이 아니다.

지금 우리의 주위에서는 PC와 TV의 치열한 공방전이 벌어지고 있다.

<>오디오 <>비디오 <>가전 <>통신이 결합된 멀티미디어시대의
"영상매체기기" 자리를 놓고 PC와 TV는 양보할 수 없는 일전에돌입했다.

싸움의 단초를 제공한 것은 손바닥보다 작은 크기의 PC용 TV수신카드.
PC내에 간단히 끼울 수 있는 이 카드가 작동하는 순간 컴퓨터 모니터에는
그 시간대의 방송프로그램이 나온다.

공중파 방송수신이라는 TV의 영역은 순식간에 무너져 버리고 PC가 그
자리를 차지한다.

그렇다고 TV가 퇴물로 전락한다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TV의 진정한 힘을 알 수 있다(LG전자 하이미디어사업담당 김성우
상무)는 "TV우위론"을제공한다.

김상무는"PC와 TV의 차이는 동작의 긴장감을 전달할 수 있느냐없느냐의
차이"라며 "PC는 기본적 기능이 정지화면에 집중돼 있어 색채는 선명
하지만 TV와 같이 움직이는 화면을 생생히 전달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PC가 TV의 자리를 대체하기는 어렵다는 주장이다.

컴퓨터 모니터의 가격이 비싸다는 것도 TV우위론에 힘을 보태고 있다.

현재 PC 모니터로 널리 이용되는 14인치와 15인치 제품은 대략 30만원선
이다.

TV화면으로는 작은 편인 17인치는 50만원선에 거래된다.

2인치의화면 크기 차이에 20만원이 차이나는 셈이다.

물론 PC가 없으면 별도로 1백만원이상을 추가해야 한다.

일반 소비자들에게 익숙한 크기인 20인치이상모니터 가격은 1백만원을
훨씬 웃돈다.

20인치는 1백20만원선이고 21인치는 1백50만원선이다.

이값이면 40인치이상의 대형 프로젝션TV를 살 수있는데 누가 PC로 TV를
보겠느냐(LG전자 미디어통신연구소 김영주 팀장)는 얘기다.

모니터가격이 비싼 것은 화면의 주사방식이 다르기 때문.TV와 모니터가
1초마다 60상씩 쏘아 화면을 나타낸다는 것은 같다.

그러나 TV는 가로와세로를 번갈아 주사하는 반면 모니터는 전체 화면을
동시에 쏜다.

모니터의 색상이 선명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하지만 그만큼 화면을 확대하기 어려운 요인으로 작용한다.

사용방법이 복잡하다는 것도 PC를 열세로 몰고 있다.

PC로 TV를 보려면 우선 20초정도의 부팅시간이 있어야 한다.

그후 윈도우로 들어가 프로그램을 작동시키고 화면이 나올때 까지
기다려면 대략 1분정도 걸린다.

리모콘단추만 누르면 화면이 나오는 TV에 비해서는 이만저만 불편한게
아니다.

그러나 PC승리론자들의 이야기는 다르다.

지금 드러난 열세적 요인은 기술적으로 해결이 가능하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PC승리론자들은 모니터 가격이 비싼 것이나 동작의 긴장감이 모자란 것은
이미 해결 직전단계에 와있다고 보고 있다.

현대전자 컴퓨터개발1부 이성길차장은 "HD(고화질)TV시대가 도래하면
PC모니터는 HDTV용 브라운관으로 대체될 것"이라며 "가격이나 동작의
긴장감은 더이상 문제가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HDTV의 주사방식이 모니터와 같은 전체 화면 주사형인데다 움직이는
화면 전달을 기본 목적하고 있어 기종상의 차이가 없어진다는 얘기다.

또 같은 브라운관을 사용하면 가격의 문제도 자연스럽게 해결된다고
주장한다.

조작이 어렵고 시간소모가 많다는 것도 시비거리가 될 수 없다는 것이
PC승리론자들의 생각이다.

이미 판매되고 있는 리모콘방식의 PC를 활용할 경우 TV처럼 손쉽게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이들은 보고 있다.

리모콘에 별도의 MPU(마이크로프로세서)를 장착,PC에 부팅과 동시에
TV화면이 나오도록 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즉,소프트웨어적인 조작을 통해 TV부터 보고 필요하면 PC로 활용토록
하겠다는 뜻이다.

지금과는 반대의 조작과정을 만들겠다는 얘기다.

현재의 기술발전속도로 볼 때앞으로 1-2년 후에는 충분히 가능하다
(현대전자이차장)는게 PC승리론자들의 주장이다.

이에반해 PC와 TV의 상호보완공존론도 있다.

PC와 TV는 컴퓨팅과 방송시청이라는 서로 다른 기본 기능을 갖고 있어
상대방의 영역을 침범하기는 어렵다는 것.

따라서 PC로 TV를 시청하는 것은 보편화될 수 있으나 개인적인 용도로
이용할 뿐 지금처럼 온 가족이 모여 여가를 즐기는 방송매체로는 사용될
수 없다는 주장이다.

LG전자 김상무가 "포터블TV 정도는 노트북PC로 대체될 수 있으나
가정용TV는 굳건히 자리를 지킬 것"이라고 지적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나온 말이다.

PC와 TV의 싸움은 승리자를 점치기 어렵다.

이 다툼에 가세할 것이 분명한 TFT-LCD(초박막액정표시장치)등 차세대
영상소자와 소프트웨어기술이 누구 편에 설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멀티미디어서비스인 VOD(정보주문형비디오)등이 어떤 형태로 발전하고
PC와 TV중 어느기기를 통해 보는것이 편리한 지 예측하기 어렵다.

결국 PC와 TV간의 다툼은 멀티미디어가완성된 모습으로 나타날 때
결말이 날 것이며 그 싸움의 과정은 첨단기술개발경쟁이 될 것이란
뜻이다.

<조주현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1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