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영기업이라는 말에는 으례 "비효율"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정부라는 단어속에 "비생산적"이라는 함의가 있음도 부정할수 없다.

한국증시의 연쇄폭락 사태와 관련해 생각되는 것은 바로 이런 단어들이다.

허겁지겁 내놓은 증시부양대책이 미봉책이라는 느낌을 주는 것도 같은
연유에서다.

정부가 증시에서 일방 당사자가 되어 자금을 쓸어가고 비효율적인 국영
기업들이 대대적으로 증시에 포진해 들어오는 상황에서 증시의 침몰구조는
개선될수 없는 것이다.

이는 단순한 물량의 문제가 아니다.

증시의 자금조달효율이 떨어지고 투자메리트가 소진되는 것도 바로 여기에
원인이있다.

우선 지적되어야할 것은 정부가 현재와 같은 방식의 국영기업 주식매각을
포기해야 한다는 점이다.

국영기업민영화는 경영의 주체를 민간에 넘겨 경영혁신을 도모하자는
것이지만 현재와 같은 방식은 정부부담을 다수의 대중투자가에게 전가시키는
외엔 아무런 변화를 가져오지 않고 있다.

포철이나 한전이 민영화라는 이름으로 상장되었지만 여전히 장부에 의한,
정부의 기업임을 정부스스로도 부인하지 않을 것이다.

더구나 거대 국영기업들이 증시 자금을 쓸어간다면 이는 민간기업의
밥그릇을 뺐아 국고를 불리자는 것과 다를바없다.

증권시장은 투기적 초과이득이라는 메리트를 통해 자본의 사회적 효율을
창출하는 시장메커니즘이다.

정부와 국영기업이 이시장에서 설쳐댄다면 증시는 자본을 비효율적인
곳으로 몰아주는 기능의 전도를 경험하게될 것이다.

지금이 바로 그런 상황이다.

게다가 정부가 스스로의 정책수행을 위해 증권시장 게임의 룰까지 유리하게
고치려든다면 이는 지극히 온당치 못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예를들어 이동통신이 다른 기업을 따돌리고 해외증권발행한도를 쓸어가거나
공개요건도 충족하지 못하는 금융기관에 직권공개라는 특혜를 주는등의
일은 중단되어 마땅하다.

축구시합을 하는데 레퍼리가 먼저 골을 넣으려 달려든다면 게임은 성립되지
않는 것이다.

더구나 정부자신이 특권경제를 유지했던 절대왕조시대가 아닌바에야-.

(한국경제신문 1995년 1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