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가을 어느날 새벽 차가운 강바람이 부는 충주댐의 한모퉁이.

노령의한 연구원과 3명의 젊은 연구원이 길다란 관처럼 생긴 장치를 살피고
손질하느라 여념이 없다.

기술전문기업인 창민테크놀러지의 장학수박사(사진 맨왼쪽,64)팀이
개발한 물 높이를 정밀 측정하는 음파수위계는 현장에서의 철저한
적용실험을 거쳐 개발됐기 때문에 온도 습도등 주위환경의 변화에도
정확도가 떨어지지 않는다.

"새벽에 온도가 크게 내려가기 때문에 수위계의 신뢰성 확보를 위해
새벽잠을 설쳐야 했습니다"

장박사를 팀장으로 윤관호,윤준호,정용원연구원으로 이뤄진 연구팀이
이같은강행군을 하며 개발한 음파수위계는 기존의 뜨게식 수위계보다
정확도 설치비등 모든면에서 앞서 있다.

뜨게식 수위계는 물위에 뜨게를 띄워 수위를 측정하는 장치로 우리나라는
주로 댐수위 측정을 위해 이를 일본으로부터 수입해 쓰고 있다.

그러나 뜨게가 수직으로만 움직이기때문에 수위변화가 클경우 가속도가
붙어정확도가 떨어지는 문제점이 있다.

뜨게식의 정확도는 10m 수위변화를 기준으로 +-1cm의 오차를 갖는 정도.

반면 이번에 개발된 음파수위계는 수위변화에 관계없이 +-2mm의 오차만을
갖는다.

댐수위에 대한 정확한 정보는 곧 돈으로 연결된다.

수력발전소의 댐은 항상최고수위를 유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정확한 수위측정이 홍수때 적절한 대비책을 마련할수 있도록 하는 것은
물론이다.

뜨게식은 더욱이 뜨게를 거는 측정탑이 필요해 설치비가 많이 든다는
단점도있다.

한개 측정탑을 세우는데 드는 비용만 해도 평균 1억원.

음파수위계는 측정탑이 필요없고 측정장치 자체의 구조가 뜨게식 보다
간단,전체 설치비가뜨게식의 10분의 1밖에 안된다는게 장박사의 설명이다.

"음파 수위계는 댐수위뿐아니라 하천 저수지 지하수는 물론 액체저장탱크
등 산업공정상의 정밀수위측정에도 활용될 수 있습니다"

이번 음파수위계의 개발이 국내수자원관리의 효율화는 물론 정밀수위측정
이 요구되는 관련 산업의 경쟁력 제고에 큰도움이 될 것이라고 장박사는
기대했다.

음파수위계는 지상에 설치된 음파발생장치에서 쏘아진 음파가 반사돼
돌아오는 시간을 측정함으로써 수위를 알아내도록 돼있다.

이를 위해 음파속도를 재야하는데 음파속도의 경우 대기압 온도 습도의
변화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주위여건에 상관없이 음파속도를 정확히
측정하는기술을 확보하는데 애를 먹었다고 장박사는 회고했다.

작년초에 시작된 음파 수위계의 연구는 5개월만에 시제품을 개발하는
성과를 올렸다.

충주댐에 설치해 현장 실험을 한 기간까지 포함해도 총연구기간은
1년이 채 안된다.

장박사는 "모든 기술이 갑자기 개발될 수 없다"며 "지난 30년간 물과
관련된 각종 계측기기에 대해 기초연구를 해온 경험과 다른과학자의
연구결과를 제대로 활용했기에 "기적"처럼 단기간내에 음파수위계를
개발할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러시아 교포 과학자인 그가 실제로 러시아에서 획득한 특허만해도
32건에 달한다.

"자연현상에 대한 기본적인 원리를 확실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습니다"

윤연구원은 실험실에서는 이상없던 음파 발신부가 현장적용시 작동이
안돼 애로를 겪었다며 센서의 이상임을 밝혀내 고비를 넘기긴 했지만
대학에서 내실있는 교육만 받았어도 문제해결이 훨씬 빨라졌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인구가 늘고 문화수준이 향상되고 산업이 발전하면서 물이 더욱
부족해지는등 수자원관리가 핵심과제로 떠오르고 있으나 우리나라의
수자원 관리는 극히 낙후돼 있습니다"

장박사는 정부가 수자원 종합관리시스템의 구축에 서둘러 나서야 한다며
이를위한 기반기술 확보를 위해 이번 음파수위계 개발에 이어 초음파
유량계및유속계 개발에도 나서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월 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