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에 "봄"은 오는가.

현대중공업등 현대그룹의 장외등록 3개사가 18일 초대형 IR(기업설명회)
행사를 실시한 것과 맞물려 증권가엔 조만간 정부가 현대그룹에 가하고
있는 여러 제재조처를 풀 것이라는 "해금설"이 부쩍 나돌고 있다.

현대장외 3사IR의 최대관심사도 해금이었다.

이와관련된 질문이 잇따르자 현대산업개발 대표로 그룹종합기획실장을
겸하고 있는 심현영사장이 "여건이 되는대로 장외 3사의 올해안 기업공개와
아울러 그동안 미뤄졌던 현대상선 고려산업개발등의 공개도 추진하겠다"면서
"정부도 이를 허용해 주기 바란다"는 "적극적인" 답변을 하면서 현대해금이
임박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많아지고 있는 양상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현대그룹과 정부사이에 해금을 놓고 특별한 교감이 오간
흔적은 없어 보인다.

증권가에서는 오히려 객관적인 상황이 현대해금을 굳히는 쪽으로 가고
있다고 분석한다.

증시주변에서는 정부가 "세계화"를 내걸어 놓고 국내정상의 대기업그룹을
마냥 뒷전에 놓아둘 수는 없다고 보고 있다.

WTO(세계무역기구)출범에 따라 개방과 함께 경쟁의 논리를 강조하면서
현대그룹에만 불공정한 경쟁을 강요하기 힘들게 됐다는 지적이다.

현대그룹은 산업은행 시설자금 대출, 현대자동차DR(주식예탁증서)발행,
현대중공업등 장외 3사와 현대상선등 계열사 기업공개, 현대증권증자등에서
불이익을 당하고 있다.

현대그룹제재를 보는 국민들의 시각이 부정적이라는 점도 정부에 부담을
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삼성의 승용차진출과 관련, 정부정책의 형평성에 대한 의문이 커지는
반면 현대그룹에 대한 동정론이 늘고 있는 실정이다.

더욱이 이미 세번이나 무산된 현대자동차의 해외DR발행을 "4수"까지
시키기기에는 더이상 명분이 없다는 지적이다.

현대그룹해금가능성을 최근의 정국변화와 관련시켜 보는 사람들도 많다.

오는 6월 지방자치제선거를 앞두고 분당위기등 난국을 맞고 있는 여당이
앞으로 구국민당세력을 포함, 그간 관계가 소원했던 세력들과의 대화에
나서는 "큰정치"를 구사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증권가엔 해금이 이뤄진다면 2분기 해외증권발행물량 조정시기인 3월일
것이라는 이른바 "3월해금설"이 많다.

현대그룹쪽도 이같은 해금설을 굳이 부인하려 하지 않는 눈치다.

해금은 언제든지 가능하지만 그것은 최고정책결정권자의 결단에 달려
있다는 입장이다.

이와관련 정부가 현대에 그룹사재편.축소등 세계화에 동참할 구체적 방안을
제시할 것을 요구해 왔다고 밝혔다.

일부는 이런 일련의 움직임이야말로 "봄을 알리는 제비"가 아니겠느냐고
해석하기도 한다.

한마리의 제비로 봄이 오는것은 아니지만 현대해금의 귀추가 주목되는
시점이다.

< 정진욱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1월 20일자).